- 헌정회 "혼란 멈추고 국론 통일"

- "촛불·태극기, 한 용광로 녹여야"
- 종교계도 찬반진영 화해 강조

- "적폐청산 위해 광장 열어놔야"
- 부산 시민단체 사회개혁 요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는 통합이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우리 사회가 극심한 세대·계층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빈부 격차와 특권·양극화·불통을 비롯해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탄핵 인용 승복하고 국민 통합을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회장 신경식)는 10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 선고에 대해 "승복이 민주주의"라면서 승복과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헌정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이 더 큰 사회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들 또한 국가 혼란을 멈추고 국론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종교계 역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는 요한복음 17장을 인용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국정 책임자들은 국민에게 끼친 걱정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 또 정치 지도자들은 당리당략과 이기심보다는 국민의 공동 이익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서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이루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입장을 내고 "오늘 선고는 국민이 선출해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계도 국민 통합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화쟁(和諍)으로 국민 화합과 국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이제 나라 사랑의 큰마음으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화합하여 국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과 태극기로 나타난 뜨거운 애국심을 대한민국이라는 큰 용광로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 화합의 불길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화쟁의 시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적폐 해소와 사회 개혁은 계속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11일 오후 부산진구 서면에서 '제18차 시국 대회'를 연다. 박 전 대통령 파면에도 촛불을 켜는 이유는 적폐 청산을 탄핵 이후 시대의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부산운동본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위안부 합의 무효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사드 배치 철회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 원 ▷재벌 해체 ▷국가정보원 개혁 ▷18세 선거권 인정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과제로 꼽았다.

김은주 공동집행위원장은 "탄핵 정국처럼 매일같이 집회를 열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광장을 열어두는 게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좀먹는 적폐 청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도 "노동자 농민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몬 각종 악습을 일소하고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10일 부산 정치권은 "이제는 국정 안정과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