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 이상 집회 빠짐없이 참가
- SNS에 동영상·참가자 수 올려
"아스팔트 위에서 되찾은 국민 주권입니다. 이제 출발선이 공정하고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11일 제18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린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 단상에 오른 이웅호(55·사진)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씨는 이날 100일 이상 광장을 지킨 '촛불 시민' 5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평일과 주말 집회에 나섰다.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중간에 자리를 떠난 적도 없다. 날마다 SNS에 집회 동영상과 참석자 수를 기록할 정도로 열성파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선고되는 순간 '이제 집회 그만 나와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 고단함이 묻어났다.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나의 마지막 집회'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나라냐." 그가 광장을 지켰던 이유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 씨는 "작은 회사 사장이 외부인에게 일을 맡겼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될 일이다. 국가시스템이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에게 놀아나면서 '내 나라가 엉망이 됐다'는 생각에 뛰쳐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을 거리로 이끈 결정적 순간을 지난해 10월 27일로 꼽았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가 열린 해운대구 벡스코를 방문했다. 당시 대학생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 '나와라 최순실, 탄핵 박근혜'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에게 물러나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대학생들의 용기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133일 동안 집회에 참석하면서도 공개 발언은 이날 처음으로 했다는 이 씨는 "3월 10일은 대통령이 파면된 날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을 되찾은 날로 기억돼야 한다. 이날을 국민 주권의 날로 지정하기 위해 청원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