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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문은 세월호 위령문…희생 헛되지 않게 해야"

3년째 자리 지킨 미수습자 가족 "다음 대통령은 국민생명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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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터 찾는 방문객, 아픔 나누고
- 대선주자 등 정치인 잇단 방문

탄핵사유는 아니었으나 탄핵의 시작이었다. 476명이 탄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은 정부의 무능함에 몸서리쳤다.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구하기가 힘듭니까?" 뒤늦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황당한 질문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불을 댕겼다.
   
11일 세월호 유족들이 팽목항에 마련된 쉼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 다음 대통령으로 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김이수·이진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지난 11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끝이 헤어진 노란 깃발과 리본이 1000일 넘게 바람에 펄럭였다. '기억'하려는 발걸음도 여전했다. 축구를 좋아했던 영인이를 위해 누군가 축구화 세 켤레를 올려놨다. 아이들 배고플까봐 요구르트 3병과 찐 고구마도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분향을 마치고 미수습자 가족이 쉬고 있는 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부모와 권혁규 군의 큰아빠이자 권재근 씨의 형님 권오복(64) 씨가 3년째 머무는 곳이다. "어, 부산 기자!"라며 은화 엄마 이금희(49) 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예전에 취재 왔던 기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커피를 내오는 이 씨에게 "대통령이 파면됐는데 응어리가 좀 풀리셨느냐"고 물었다. "탄핵이 결정되고 나니까 몸살이 와서 병원에 다녀왔어. 근데 또 은화 생각하면 내가 아픈 것까지 미안한 거야…. 탄핵은 됐지만 여기는 바뀐 게 없어. 우리 애들이 아직 저기 있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다윤 엄마 박은미(48) 씨도 "일단 배를 인양하고 바닷속에 있는 우리 애들을 수습해야죠. 그래야 우리도 집에 가죠"라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그래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304명을 위한 위령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윤 엄마는 "3년간 수모도 많이 당했는데 엄마니까 참고 견뎠다"면서 "이렇게 아픈 부모는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흐느꼈다.

한참 은화·다윤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40대 남자가 조심스럽게 쉼터로 들어왔다. 그는 은화 엄마에게 종이가방을 건네며 "빈손으로 오기 미안해서 빵을 좀 사왔습니다. 식사 잘 챙겨 드시고 힘내세요"라고 했다. 할머니 두 분은 박카스 한 상자를 들고 쉼터를 찾았다. 박미숙(여·69·전남 해남) 씨는 다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얼마나 마음이 아파요. 가까이 살면서 그동안 한 번도 찾지 못해 미안해요"하고 울먹였다.

이날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 소속 국회의원 7명이 팽목항을 찾았다. 주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미수습자 가족에게 "대통령을 탄핵하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러 왔다. 자연인 박근혜를 수사하면 세월호 7시간 행적도 밝혀질 것"이라고 가족을 위로했다. 지난 1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팽목항을 찾기도 했다.

은화 엄마는 "우리 아이들은 아직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을 17일로 보내줘야 한다"며 "선체조사위가 구성되면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치인 무리가 떠나고 팽목항이 어둑해졌다.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쉼터를 나서는 기자에게 다윤 엄마가 말했다. "우리 애가 저렇게 되기 전까지 정치에 관심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나라가 바뀌었단 생각에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합니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 뽑혔으면 해요. 먼 길 조심히 가세요."

진도 팽목항=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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