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
- 이권 싸움에 피해 입어도
- 소문 잘못나면 복구 어려워
- 제자 성추문 사건도 계속돼
- 외부인사 감시제도 등 필요
'지성의 상아탑' 대학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동아대 손현욱(미술학과) 교수의 억울한 죽음(본지 지난 17일 자 1면 보도)을 계기로 진실을 은폐하고 서로의 잘못을 떠넘기는 교수사회의 추한 도덕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사제지간 불신도 커지고 있다.
19일 부산의 A 대학 B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손 교수의 심정이 이해된다"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A 대학에는 'B 교수가 학과 공금 70여만 원을 빼돌려 유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부 학생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B 교수의 강의를 거부했다.
급기야 교수와 학생 100여 명이 청문회까지 열었다. B 교수는 "5시간 동안 공금을 유용한 적이 없다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이 사건의 배후가 '특정 파벌'이라고 믿고 있다. 현 총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자 총장을 두둔하는 교수 세력이 학생들을 동원해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B 교수의 비위 의혹을 먼저 제보해 절차에 따라 진상조사 한 것일 뿐 외압이나 사주는 없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학생들을 동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제자 '성 추문' 사건도 끊이질 않는다. 최근 부산의 한 의과대 교수는 제자인 여성 전공의에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교수 대신 오빠라 부르라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북의 한 사립대 교수는 술에 취한 여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한 누리꾼은 "손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교수 세계에도 정치와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내가 몸담았던 대학에서는 누군가 '교수가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차기 총장 선거에 나서려던 그 교수는 뜻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수사회의 이권 챙기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사립대 C 교수는 지난해 건물 공사를 맡을 건설사 선정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C 교수가 몸담은 학과는 파벌 갈등이 심해 내부 비리가 외부에 알려졌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사회는 점차 민주화되고 투명하게 변하는데 군대와 함께 대학이 유독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다. 대학사회에 공정·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게 공공기관처럼 외부 인사를 수혈해 감시하는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참여자치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대학이 지성 대신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다 보니 각종 부패가 벌어져도 사건을 대충 덮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