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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의 부산항 이야기 <65> 최천종피살사건과 인삼밀무역

일본이 금가루처럼 여긴 인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19:34:2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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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토병 치유 특효약으로 쓰여
- 물량 80~90%가 일본으로 유통
- 가격 4배 폭등하자 밀수 성행
- 고갈 우려 국내선 수출제한도

고려인삼은 삼국시대부터 진상·교역상품의 꽃이었다. 시대에 따라 약효만큼이나 조공상품, 교역상품, 인삼통화, 밀수품 등으로 다양하게 거래됐다. 그 효능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도 알려질 정도여서 대외적으로도 인삼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일본의 대마도에서는 에도에 진상되는 품목에 인삼이 빠지면 태수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니까.
조선통신사가 오사카에서 숙소로 사용한 니시혼간지(西本願寺). 본래 건물은 태평양전쟁 때 전소되고 현 건물은 1963년 다시 콘크리트로 지었다.
특히 풍토병이 많은 일본에서는 장독(臟毒)을 치유하는데 특효약처럼 쓰여 인삼을 금가루처럼 여길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서울 시전에서 70냥짜리가 일본 에도시장에선 4배 이상의 가격에 팔려 인삼의 80~90%가 일본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이런 연유 탓에 일본상인은 초량왜관에서 개시무역을 하면서 선대금 지불방식의 피집(被執)이라는 특수한 거래로 인삼을 매집했다. 이것도 모자라면 무역브로커 역할을 하던 역관을 통해 왜관 주위로 몰려든 동래상인을 비롯한 잠상(밀수꾼)과 연계해 인삼을 밀거래하기도 했다. 이렇게 음으로 양으로 인삼반출이 늘면서 국내 사정이 좋을 리 없었다. 점차 인삼이 고갈돼 약으로 쓸 것마저 부족한 지경에 이르자 수출제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국내에 고구마를 처음 전파시킨 조엄은 1764년(영조 40년) 477명을 거느린 통신사 정사로 긴 사행길에 올랐지만 불행히도 그 길은 고생과 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군관이었던 최천종의 피살사건인데 이 또한 인삼밀무역이 원인이었다.

에도에서 의전절차를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던 조엄 일행은 1765년 4월 6일 오사카의 니시혼간지(西本願寺)에서 1박을 하게 됐다. 새벽 무렵 최천종이 막 잠을 청하는 순간 자객이 나타나 목에 칼을 찔렀다. 칼날을 뽑으며 최천종이 소리를 지르자 범인은 잽싸게 도망을 갔다. 불빛에 드러난 옆모습은 왜인이었다. 첩약을 붙이고 약을 달여 마시게 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그는 다음날 아침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졸지에 신복을 잃은 조엄은 "범인을 색출해 목숨으로 변상하라"고 강력히 통고하자 일본 측은 군사 2000명과 선박 600척을 동원해 범인 색출에 나섰다. 결국 지방에서 검거된 범인은 대마도 역관 스즈키 덴조로 밝혀졌다. 그는 거울을 잃어버린 최천종이 자기를 의심하며 말채찍으로 때렸기 때문에 분을 못이겨 저질렀다고 했다. 과연 거울 하나 때문에 양국 간 문화교류로 선린우호를 다지는 마당에 이런 끔찍한 국제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감춰진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역관을 비롯한 수행원들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많은 인삼을 몰래 휴대해 일본 쓰시마 역관들의 호위 아래 판 후 인삼판매 대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계속 부풀려져 한동안 일본에서는 연극이나 소설의 흥미로운 소재가 됐다고 한다.

부산세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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