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추웠을까, 아들 딸
- 이리 쉬운 인양 왜 3년이나…"
- 수면 위 선체 드러나자
- 미수습자 9명 가족 통곡
- 조류 탓 인양작업 지연

"어서 올라오너라. 아들아.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웠니. 보고 싶다, 승진아."

	23일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이뤄지는 세월호 인양 현장의 공중 촬영 장면.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간섭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 수면 위 13m 인양을 목표로 신중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가 수면 위 10ｍ까지 떠올랐던 23일 밤 전남 진도군 팽목항. 1073일을 기다린 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이 맹골수도로 퍼졌다.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 남상옥(84) 씨도 아들 사진을 부여잡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널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아들아. 30년이 걸려도 진실이 인양되길 기도했다. 아들아, 엄마 품으로 어서 오렴."

세월호 선체 일부는 이날 새벽 4시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1.6㎞ 떨어진 배 위에서 보면 손바닥만 한 뼘만한 잭킹바지선(유압으로 배를 끌어올리는 선박) 2척 사이에서 수면 위로 갈색 물체가 솟아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녹슨 세월호였다. 3년의 기다림은 그렇게 달팽이처럼 천천히 떠올랐다.

가족들은 미수습자 9명의 수색과 진상 규명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새벽에 배가 올라왔단 얘기를 듣고 환호했다. 이제 9명을 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면서도 "막상 배가 올라온 모습을 보고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통곡했다.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어요. 미수습자 가족의 소원은 시신을 찾아 유족이 되는 겁니다." 또 다른 가족은 "너무 오래 걸렸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끌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세월호 인양은 예정보다 다소 지연됐다. 선체가 물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잭킹바지선 인양줄(와이어)과 간섭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류에 선체가 흔들리면서 잭킹바지선의 구조물인 '수트'(연결 도르래)에 부딪힌 것이다. 그래도 남 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어젯밤 아들이 꿈에 나타났어. 드넓은 벌판에서 까만색 옷을 입은 아들이 의자에 앉아 통곡하며 날 쳐다봤어. 이제 돌아올 거야."

이날 밤늦도록 잭킹바지선 위로는 주황색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주변에서 바쁘게 항해하는 방재선 10여 척이 급박함을 더했다. 선원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상황실에서 인양 현장과 쉴 틈 없이 무선을 주고받았다. 세월호는 인양과 운반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면 참사 3주기 전인 다음 달 초 목포 신항에 옮겨진다. 슬픔의 팽목항은 이제 진실이 인양되는 희망의 공간이다.

생존학생인 B(20·대학생) 씨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가 세월호"라며 "친구와 선생님이 배 안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라오면 꼭 찾아가 만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