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숨진 손 교수 통화 복원
- 피해 학생 직접 만나 진술 설득
- 경찰 수사·학교 감사 이끌어내
아이들을 잃은 어미의 애끊는 울음에 세월호가 23일 모습을 드러냈다. 전도유망한 교수를 죽음으로 내몬 '동아대 성추행'도 생떼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어미의 눈물과 호소 덕분에 1년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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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대 미술학과의 실습실 모습.
김봉기 기자 |
지난해 숨진 동아대 손현욱(미술학과) 교수의 어머니는 끝까지 아들의 결백을 믿고 성추행 실제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아내 경찰 수사와 감사를 이끌어냈다. 유족과 동아대 감사·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성추행 사건을 재구성했다.
■야외스케치에서 무슨 일이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지난해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경북 경주로 야외 스케치 수업을 떠났다. 손 교수와 B·C 교수는 31일 밤 숙소에서 제자들과 뒤풀이를 겸해 술을 마셨다.
4월 3일부터 학내에서는 불미스러운 소문이 돌았다. '야외 스케치에서 여학생이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조각전공 책임교수인 C 교수는 4월 7일 손 교수와 B 교수는 물론 피해자로 지목됐던 2명을 불러 해명을 들었다. 이날 교수들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으나 불쾌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두 교수가 성추행한 것은 아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썼다.
반면 동아대는 감사에서 실제 성추행을 한 당사자는 C 교수였다고 결론 냈다. 성추행을 당한 학생은 경위서를 쓴 학생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C 교수는 또 성추행 피해 학생을 만나 "우리 둘 사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라는 다짐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일 파면 당한 C 교수는 성추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5월 19일 밤 재학생 A 씨가 학내에 붙인 대자보로 다시 불거졌다. A 씨는 경주에 가지 않았으면서도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거짓 내용을 적었다. 손 교수와 B 교수는 다시 의심을 받았다. 동아대 대학본부도 조사에 나섰다.
누명을 쓰고 괴로워하던 손 교수는 지난해 6월 7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C 교수는 손 교수가 숨지자 대자보의 배후로 또 다른 미술학과 교수를 지목한 사실이 동아대 감사에서 드러났다.
■어머니의 눈물이 밝혀낸 진실
손 교수가 숨지자 유족은 비탄에 빠졌다. 어머니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손 교수의 통화내역과 녹음된 통화내용을 복원했다. 동아대와 부산 서부경찰서를 매일같이 드나들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동료 교수와 손 교수의 제자들은 손 교수의 무고함을 기꺼이 증언했다.
어머니의 정성은 실제 성추행 사건의 진범까지 잡아냈다. 우연한 기회에 실제 성추행을 당한 피해 학생을 알게 된 어머니는 어렵사리 학생을 설득해 C 교수의 만행을 밝혀냈다. 또 '손 교수가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이끌어냈다. 경찰도 학내 CCTV 화면을 입수해 대자보 게시자 색출에 나섰다. 경찰이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수사망을 좁히자 A 씨는 결국 자신이 대자보를 붙였다고 자백했다.
동아대 법무감사실도 신임 한석정 총장의 지시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CCTV 화면 이외 뚜렷한 증거가 없고 성추행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C 교수는 책임 교수와 취업지도 교수로 영향력이 커 학생과 동료 교수들에게서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 학생과 대자보를 붙인 A 씨를 면담한 끝에 C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밝혀냈다.
동아대는 또 당시 학과장이었던 미술학과 D 교수가 A 씨를 불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얼른 사실을 파악하라'며 수차례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D 교수는 A 씨가 자신을 먼저 찾아 왔으며 제자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동아대 성추행 사건 일지 |
▶3월 31일 동아대 미술학과 경주로 스케치수업 숙소 술자리에서 C 교수가 여학생 성추행 *C 교수는 '절대 성추행 한 적 없다' 주장 |
▶4월 4일 '손현욱 교수와 B 교수가 성추행' 소문 |
▶4월 7일 손 교수 만난 피해학생 '손 교수가 성추행하지 않았다' 경위서 작성 |
▶5월 중순 D 교수 수차례 재학생 A 불러 '성추행 진실 밝혀라' 요구 *D 교수 'A가 먼저 성추행 소문 말해서 잘 알아보라 했다'고 반박 |
▶5월19일 성추행 가짜 대자보 학내 게시 |
▶5월20일 대학본부 진상조사 착수·경찰 수사 의뢰 |
▶6월7일 손현욱 교수 투신 사망 경찰, 대자보 게시자 신원 못밝혀 수사 난항 |
▶8월~12월 한석정 총장 취임. 성추행 사건 재조사 지시 *피해학생 'C교수가 성추행했다' 고 진술 |
▶9월 하순 유족, 피해학생의 'C 교수가 내 몸 더듬었다'진술 확보 |
▶10월 7일 재학생 A '내가 대자보 붙였다' 고백 후 경찰 조사에서 자백 |
▶2017년 3월 동아대, C 교수 파면. A 씨 퇴학처분 부산경찰청, C 교수 성추행 사건 재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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