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부터 제주 해녀 정착
- 매립된 뒤 판매대 설치로 마찰
- 2000년 임시영업허가 갈등 잠복
- 구청 작년 행정대집행 나서
- 업주 "관광객 많고 세금도 납부"
- 법원 가처분 소송 효력정지 결정
- "양보·상생 협상테이블 나와야"
부산 송도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이하 해녀촌) 철거를 둘러싼 공방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송도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환경 미관을 해치는 '불법 영업장'이라는 상반된 평가는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해녀촌의 역사를 말해준다. 해녀촌이 처음 조성되기 시작한 1970년대 말부터 '철거냐 보존이냐' 를 두고 벌어진 행정기관과 해녀 사이의 갈등은 어느덧 40년이 됐다. 제주를 떠나 송도에 정착한 나잠인(해녀)들이 만들어 온 해녀촌의 운명은 이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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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위기에 내몰린 부산 송도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에서 26일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철거 위기 넘겼지만 갈등 여전
부산지법 행정1부는 지난 1월 16일 해녀촌 암남해변조합(이하 해변조합)이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가처분신청에서 1심 본안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행정대집행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본지 지난달 1일 자 8면 보도)했다. 해변조합이 지난해 12월 제기한 가처분신청·본안 소송에서 먼저 해녀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행정대집행 처분이 해녀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1심 본안 심리는 오는 30일 시작을 앞두고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해녀촌을 철거하려는 서구의 시도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은 아니다. 해녀들은 1심 본안 판결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고, 서구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해녀촌의 탄생과 동상이몽
해녀촌의 역사는 섬을 떠나 육지로 나온 제주 해녀들이 부산 송도에서 터전을 일구면서 시작됐다. 해녀들은 육지에 정착해서도 물질을 계속하며, 채취한 해산물을 인근 횟집이나 갯바위에서 구경하던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1978년 상황이 급변한다. 자갈마당이라 불리던 해변(현 암남공원 주차장 위치)과 갯바위가 전부 매립된 것이다. 송도에서 50년간 물질을 한 해녀 김선화(70) 씨는 "먹고 살기 위해 갯바위에서 매립지로 터전을 옮겼다. 간이 판매대를 설치하고 파라솔을 세워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설물은 해녀들과 행정기관 사이 갈등의 신호탄이었다. 구가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면 해녀들은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물리적 충돌은 2000년 구가 임시 영업허가를 내주면서 잠시 잦아들었다. 암남공원 주차장 옆에 해녀촌이 들어서고 시설이 완성된 때다. 해녀 정옥순(72) 씨는 "당시 구는 공사를 지휘하며 해녀촌 양성화에 앞장섰다"며 "업체를 통해 가게 도면을 정해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구는 해녀들에게 임시 영업을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임시 허가를 내 주면서 구청이 요구하면 자리를 비워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동상이몽을 꿈꾸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 법 의존보다 양보·상생이 먼저
해녀촌 철거 논란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서구는 지난해 9월 해녀촌 업주 29명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녀촌이 원래부터 불법으로 운영됐으며, 철거를 요구하니 땅을 비워달라'는 내용이다. 주변 환경 미관을 해친다는 것도 주된 이유였다. 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1월에는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도 보냈다.
해녀들은 즉시 반발했다. 2000년 구의 임시 허가를 받고 사업자 등록도 마친 어엿한 음식점을 하루아침에 쫓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포장마차 촌으로는 드물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 관광객의 반응도 좋고, 세금도 내고 있기 때문에 구청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암남해변조합 김만근 대책위원장은 "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 관광벨트 조성에 필요한 20여 대 주차장을 지으려고 철거를 밀어붙인다"며 "개발 명분에 원주민이 내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녀촌을 두고 법원의 판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조언했다. 부산대 김희재(사회학과) 교수는 "말 그대로 법대로 하겠다는 순간 모든 갈등은 심화한다"며 "시간을 두고 협의하면서 양보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장세훈(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장이 모든 문제를 임기 안에 해결하려다 보니 단기간에 철거를 밀어붙이는 등의 문제가 양산된다"며 "행정기관도 관련 주체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암남 해녀촌 갈등 일지
1978년 12월…암남해변 갯바위·자갈마당 매립. 갈등 시작
2000년 4월…서구, 해녀촌 임시영업 허가. 갈등 임시 봉합
2016년 9월…서구, 해녀촌 업주 29명에게 자진철거 요구 공문 송부
2016년 11월…서구, 행정대집행 예고 계고장 송부
2016년 12월…해녀촌, 서구 상대로 가처분 신청·'원상회복명령·행정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제기
2017년 1월…법원, 1심 본안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행정대집행 효력 정지 결정
2017년 3월 말…법원, 1심 본안 심리 시작 예정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