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서구청 "철거"-업주 "존속" 40년 줄다리기…법정다툼까지

부산 암남공원 해녀촌 갈등

  •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
  •  |   입력 : 2017-03-26 19:10:30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70년대부터 제주 해녀 정착
- 매립된 뒤 판매대 설치로 마찰
- 2000년 임시영업허가 갈등 잠복

- 구청 작년 행정대집행 나서
- 업주 "관광객 많고 세금도 납부"
- 법원 가처분 소송 효력정지 결정
- "양보·상생 협상테이블 나와야"

부산 송도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이하 해녀촌) 철거를 둘러싼 공방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송도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환경 미관을 해치는 '불법 영업장'이라는 상반된 평가는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해녀촌의 역사를 말해준다. 해녀촌이 처음 조성되기 시작한 1970년대 말부터 '철거냐 보존이냐' 를 두고 벌어진 행정기관과 해녀 사이의 갈등은 어느덧 40년이 됐다. 제주를 떠나 송도에 정착한 나잠인(해녀)들이 만들어 온 해녀촌의 운명은 이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하다.
   
철거 위기에 내몰린 부산 송도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에서 26일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철거 위기 넘겼지만 갈등 여전

부산지법 행정1부는 지난 1월 16일 해녀촌 암남해변조합(이하 해변조합)이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가처분신청에서 1심 본안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행정대집행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본지 지난달 1일 자 8면 보도)했다. 해변조합이 지난해 12월 제기한 가처분신청·본안 소송에서 먼저 해녀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행정대집행 처분이 해녀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1심 본안 심리는 오는 30일 시작을 앞두고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해녀촌을 철거하려는 서구의 시도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은 아니다. 해녀들은 1심 본안 판결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고, 서구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해녀촌의 탄생과 동상이몽

해녀촌의 역사는 섬을 떠나 육지로 나온 제주 해녀들이 부산 송도에서 터전을 일구면서 시작됐다. 해녀들은 육지에 정착해서도 물질을 계속하며, 채취한 해산물을 인근 횟집이나 갯바위에서 구경하던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1978년 상황이 급변한다. 자갈마당이라 불리던 해변(현 암남공원 주차장 위치)과 갯바위가 전부 매립된 것이다. 송도에서 50년간 물질을 한 해녀 김선화(70) 씨는 "먹고 살기 위해 갯바위에서 매립지로 터전을 옮겼다. 간이 판매대를 설치하고 파라솔을 세워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설물은 해녀들과 행정기관 사이 갈등의 신호탄이었다. 구가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면 해녀들은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물리적 충돌은 2000년 구가 임시 영업허가를 내주면서 잠시 잦아들었다. 암남공원 주차장 옆에 해녀촌이 들어서고 시설이 완성된 때다. 해녀 정옥순(72) 씨는 "당시 구는 공사를 지휘하며 해녀촌 양성화에 앞장섰다"며 "업체를 통해 가게 도면을 정해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구는 해녀들에게 임시 영업을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임시 허가를 내 주면서 구청이 요구하면 자리를 비워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동상이몽을 꿈꾸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 법 의존보다 양보·상생이 먼저

해녀촌 철거 논란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서구는 지난해 9월 해녀촌 업주 29명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녀촌이 원래부터 불법으로 운영됐으며, 철거를 요구하니 땅을 비워달라'는 내용이다. 주변 환경 미관을 해친다는 것도 주된 이유였다. 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1월에는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도 보냈다.

해녀들은 즉시 반발했다. 2000년 구의 임시 허가를 받고 사업자 등록도 마친 어엿한 음식점을 하루아침에 쫓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포장마차 촌으로는 드물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 관광객의 반응도 좋고, 세금도 내고 있기 때문에 구청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암남해변조합 김만근 대책위원장은 "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 관광벨트 조성에 필요한 20여 대 주차장을 지으려고 철거를 밀어붙인다"며 "개발 명분에 원주민이 내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녀촌을 두고 법원의 판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조언했다. 부산대 김희재(사회학과) 교수는 "말 그대로 법대로 하겠다는 순간 모든 갈등은 심화한다"며 "시간을 두고 협의하면서 양보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장세훈(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장이 모든 문제를 임기 안에 해결하려다 보니 단기간에 철거를 밀어붙이는 등의 문제가 양산된다"며 "행정기관도 관련 주체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암남 해녀촌 갈등 일지

1978년 12월…암남해변 갯바위·자갈마당 매립. 갈등 시작

2000년 4월…서구, 해녀촌 임시영업 허가. 갈등 임시 봉합

2016년 9월…서구, 해녀촌 업주 29명에게 자진철거 요구 공문 송부

2016년 11월…서구, 행정대집행 예고 계고장 송부

2016년 12월…해녀촌, 서구 상대로 가처분 신청·'원상회복명령·행정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제기

2017년 1월…법원, 1심 본안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행정대집행 효력 정지 결정

2017년 3월 말…법원, 1심 본안 심리 시작 예정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8. 8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9. 9“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10. 10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 1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4. 4“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5. 5[속보] 강신철 국방장관 “매설지뢰, 北 국경선 요새화 관련 추정”
  6. 6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7. 7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8. 8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9. 9靑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순전히 군사적 판단…李대통령 유엔 연설 무관”
  10. 10[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3. 3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6. 6올해 2분기 부산 경제 2.3% 증가…'12% 급증' 충북의 5분의 1
  7. 7경영난 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인가
  8. 8구멍 뚫린 실업급여…3차례 이상 반복수급 11만명에 6000억 지급
  9. 9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10. 10'맵리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동...이동 조작 하나로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7. 7“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0. 10'국민의힘 397억 반환' 걸린 尹 선거법 2심 오늘 마무리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6. 6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7. 7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8. 8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9. 9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10. 10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