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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22> 통영 연대도 지겟길

몽돌소리에 지친 마음 보듬고, 바다에 핀 꽃섬 보며 가슴 설레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4-02 19:08:4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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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장~연대봉 잇는 2.5㎞ 구간
-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던 길

- 홍매화 만개 오솔길 봄내음 만끽
- 복바위 전망대 해안 풍광 눈부셔

- 방풍림 숲 벤치 최적의 힐링장소
- 마을 담벼락 독특한 문패도 눈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달아항을 떠난 '섬나들이호'는 학림도, 송도, 저도를 거쳐 연대도에 도착했다. 섬 3개를 돌아 도착했지만 걸린 시간은 20여 분. 섬들이 지척으로 붙어 있어 지겨울 사이도 없이 금방 도착해 버린다. 연대도는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의 수군들이 왜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연대(煙臺·봉화대)를 설치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을 그대로 따왔다.
   
지겟길은 2.5㎞ 탐방코스 내내 울창한 숲길 사이로 보이는 바다 조망과 섬의 풍경이 일품이다. 박현철 기자
섬에 도착하면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 횟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대도 지겟길'이 인기를 끌면서 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말이면 1500명가량이 이 조그만 섬을 찾고 평일에도 3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탐방객이 늘면서 식당과 슈퍼 등이 추가로 생기는 등 섬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지게 지고 다닌 정감 어린 길

   
연대도 지겟길은 말 그대로 지게 하나 지고 지나갈 수 있는 소박한 오솔길이다. 통영 사회단체인 '푸른통영 21'이 두 발로 걷는 '천천한 삶'을 지향하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여기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통영의 6개 섬에 조성한 '바다 백리길' 중 하나로 새롭게 정비했다.

2.5㎞ 구간으로, '바다 백리길' 중 가장 짧은 구간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사색하며 산책하듯이 걸어도 3시간이면 족하다. 빠른 걸음이라면 1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한때는 섬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생태탐방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선착장에서 '연대도 지겟길' 입구를 찾는 길은 정말 수월하다. 선착장부터 시작되는 도로 위의 파란색 선만 따라가면 된다. 마을 중간 집들 사이 골목길로 접어들면 지겟길은 시작된다. 입구 오른편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섬 주민 50가구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주민들은 전력 걱정 없이 생활했지만 지난해 소모품 부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와 설치업체 간 소송이 붙으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입구를 지나면 이내 오른쪽으로 대밭이 계속 펼쳐진다. 그 너머로 몽돌해변이 보인다. 가족이나 연인이 이용하기에 아담한 규모다. 해변을 구르는 몽돌소리는 찌든 심신을 씻어내기에 그만이다. 길 곳곳에는 봄 전령사인 홍매화가 만개해 탐방객을 맞이한다.

■울창한 숲길 사이 바다 조망 일품

주위 경관을 감상하며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은 600m 지점에 '복바위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면 멀리 욕지도 일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푸르디푸른 바다 빛깔은 눈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걷는 내내 길은 울창한 숲길이다. 숲길 너머로는 바다 풍광이 끝없이 이어진다. 길은 잠시 야트막한 오르막이 있을 뿐 절대 가파르지 않다. 섬의 5부 능선을 한바퀴 가로 지르는 탓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탐방객이 둘러보기에 적격이다. 만개한 동백나무, 물푸레나무, 콩짜개덩굴 등 빼곡한 수목과 흐드러지게 핀 온갖 야생화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가 3박자를 이뤄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1.2㎞ 지점에는 또 다른 전망대인 '오곡도 전망대'가 나온다. 오곡도가 선명하게 들어오고 그 뒤로 비진도가 보인다. 전망대 왼편으로는 학림도와 그 너머 통영 육지의 끝인 척포마을이 다가온다. 통영 ES리조트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만큼 육지와는 지척이다.

마침 대구에서 섬을 찾은 단체 탐방객 20여 명이 이곳에서 식사 중이었다. 탁트인 전망대에서 또 다른 섬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표정들이다. 한 탐방객은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바닷바람과 함께 먹고 있는 지금 이 식사가 생애 최고의 식사"라고 말했다.

■섬 곳곳 비경 또 다른 즐거움

오곡도 전망대는 지겟길의 중간지점이다. 이곳을 지나면 평평한 길이 이어진다. 평지 같은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보면 섬마을 집들과 올망졸망한 앞 섬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폐교로 방치돼 있던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에코체험센터가 종착지이다. 센터 앞 언덕에는 다랭이꽃밭을 조성해 놓았다.

지겟길을 한 바퀴 둘러 본 후 섬 곳곳의 비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마을 뒷편의 몽돌해변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이 해변 옆의 방풍림 숲은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이곳 벤치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 모든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질 만큼 최적의 힐링 장소다.

또 에코체험센터로 향하는 해안산책로와 센터 앞의 조그만 백사장 등 아기자기한 곳이 많다. 마을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린 독특한 문패도 눈길을 끈다. '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인 집' '윷놀이 최고 고수' 등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는 집 주인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연대도로 가기 위해서는 통영 산양일주도로의 중간에 위치한 달아항을 찾아야 한다. 이곳에서 섬나들이호가 오전 7시50분, 11시10분, 오후2시10분, 4시10분 등 하루 4차례 운항한다. 연안에 위치한 만큼 어지간한 기상 악화가 아니면 결항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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