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조치만…이틀간 위험천만
- 데이지호 침몰하자 뒤늦게 회항

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선체 균열로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의 선사가 다른 화물선에서도 선체 균열이 생겼는데 항해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터면 '제2의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9일 벌크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한국인 선원 8명을 태운 스텔라 유니콘호(사진)가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 투바라오 항을 출발해 중국으로 출항했다. 유니콘호는 데이지호와 쌍둥이 배다. 건조 시기도 1993년으로, 선령이 25년 된 노후선이라는 점도 같다.

데이지호가 선체 균열로 침몰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낮 12시께 유니콘호의 화물 탱크 내부에서 15㎝가량의 크랙(갈라짐)이 발생해 물이 새는 사고가 났다. 유니콘호로부터 보고를 받은 선사 측은 시멘트나 나무쐐기를 이용해 응급조치하고 운항할 것을 지시했다. 유니콘호 선원들은 다음 날 '균열 보수 작업이 어려워 가까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긴급 이로(노선 바꿈)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선사 측은 "배를 세울 수 없으니 임시조치하고 항해를 지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31일 밤 11시20분 데이지호가 선체 균열로 침몰하자 다음 날 오후 1시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이로해 수리하라'고 유니콘호에 지시했다. 결국, 유니콘호는 균열을 발견하고도 이틀이나 운항을 계속하다가 지난 2일 밤 10시40분께 케이프타운에 도착해 수리를 받고 있다. 균열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옛 한진해운 소속의 한 선장은 "선체 균열을 알고도 무시하다가 대형 사고가 나자 수리를 지시한 것은 안전 불감증이다. 유니콘호의 한 선원이 선사의 늑장 대응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옛 동료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폴라리스 쉬핑 측은 "선체 균열이 발생했을 때 그대로 항해할지, 수리할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며 "발전기나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접안하는 게 원칙이지만 작은 균열은 임시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균열 상태를 확인하느라 이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데이지호의 '쌍둥이 배'에서도 균열이 발생하자 선박 자체의 구조적 안전성이 취약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원래 유조선이던 데이지호와 유니콘호는 2009년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됐다. 이때 선체 강도가 약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라리스 쉬핑이 보유한 화물선 32척 중 유조선을 개조한 배는 19척에 달한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스텔라 유니콘호 균열 일지(한국 시간) 3월 22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 싣고 중국으로 출항 3월 30일 낮 12시  유니콘호 '화물 탱크에서 15㎝ 크랙 발생' 보고 선사 '시멘트 등으로 응급 조치 하라' 지시 3월 31일 유니콘호 '균열 보수 어렵다. 수리 위해 이로해야' 보고 선사 '배 세우기 어려우니 항해 계속' 지시 3월 31일  밤 11시20분 스텔라 데이지호 선체 균열로 침몰 4월 1일  오후 1시 선사, 유니콘호에 '케이프타운에서 수리' 지시 ※자료 : 폴라리스 쉬핑(스텔라 데이지호와 유니콘호는 쌍둥이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