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동안 벽보 훼손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훼손 원인은 고양이나 비, 바람 등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부산경찰청은 제19대 대선 벽보가 부착된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112에 접수된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 신고는 46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의로 선거 벽보·현수막을 훼손해 입건된 것은 5건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5건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자연적으로 훼손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사를 진행 중인 일부 사건을 제외한 약 30여 건이 자연 훼손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대에서는 길고양이가 선거 벽보를 훼손하기도 했다.

　부산 강서경찰서의 경우 20일부터 지금까지 총 9건의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 사건이 접수됐다. 이중 8건이 자연 발생에 의한 훼손으로 밝혀졌다.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연 훼손으로 결론 지은 이 8건은 인근 주민센터에 통보해 재부착했다.

　이처럼 선거 벽보가 비와 바람에 약한 것은 접착력이 좋지 않아서다. 현수막의 경우에는 기둥이나 나무에 끈으로 고정하기 때문에 훼손이 덜하지만 벽보는 일반 테이프로 벽에 바르는 수준이라 훼손이 잦다.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벽보 훼손 신고가 접수되면 전담팀, 당직 형사 등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 10명 가량이 출동해고의 훼손을 가정하고 수사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진행되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가 마땅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신고 접수를 받고 긴장하고 출동했는데 그냥 비가 와서 떨어진 것을 보면 허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테이프가 비바람에 약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본드와 같이 강력 접착제로 벽보를 붙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선거가 끝나면 벽보를 오롯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선거 벽보와 현수막 훼손이 잇따르자 경찰과 선관위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벽보·현수막 게시 장소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주변 CCTV 등도 사전에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상습범 등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한편 공직선거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용 선전시설을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