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 방수천막 찢어져 노출
- 무덤모양에 등산객들 화들짝
- "비용 많이 든다" 재활용도 안 해

경남 최대 재선충 발생지역이었던 김해시 야산에 소나무 재선충 방제사업으로 발생한 훈증 무더기가 방치돼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 한 야산 등산로에 방치돼있는 훈증무더기. 박동필 기자

9일 김해시에 따르면 1988년 부산 야산에서 재선충이 처음 발생한 뒤 김해에서는 2013~2014년 22만여 그루에서 재선충이 생겨 도내 18개 시·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도 발병목이 3만300그루로 밀양(11만여 그루)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이같이 높은 재선충 발병률로 인해 김해 야산에는 현재 25만~30만 개의 훈증 무더기가 방치돼 있는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살균제를 뿌린 뒤 녹색 방수천으로 싸맨 훈증 무더기는 멀리서 볼 때 무덤 모양과 비슷하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김해~양산 중앙고속도로변에 위치한 대동면 일대 야산에 훈증 무더기가 많이 남아 있다. 대동2터널 주변과 덕산정수장 주변 야산에 훈증 무더기가 수십 곳씩 모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해질녘 등산로를 내려오던 탐방객들이 훈증 무더기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다반사다. 최모(여·45·김해시 삼계동) 씨는 "며칠 전 동료들과 대동면 괴정리 뒷산으로 하산하다 등산로에 줄지어 선 훈증 무더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하루빨리 제거하든지 치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동면 괴정리 뒷산 등산로변에는 방수 천막이 벗겨진 채 잘린 소나무 등 훈증 무더기 내용물이 노출된 곳이 많아 재선충목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방제특별법에는 훈증무더기 해체방법으로 재선충이 사멸하는 훈증 6개월 후 공무원 입회하에 훈증 무더기 내용물을 파쇄하거나 소각처리토록 하고 있다. 주민들이 땔감 등으로 가져갈 경우 재선충이 다른 나무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재소에 보내 목재용 땔감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산 아래로 옮길 수 있지만 대부분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훈증 무더기를 해체해 자칫 병균이 살아나면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시가 사실상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고 있다. 실제 김해지역 30만여 개의 훈증 무더기 가운데 80% 정도가 훈증 처리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해체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해의 한 제재소 관계자는 "재선충 감염목은 목재용 땔감 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시에서 산 아래로 옮겨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훈증 무더기도 재활용 대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흠이다"며 "우선 올해 1만여 곳의 훈증 무더기를 해체하고 훈증 2년이 지난 곳은 야산 부근에 흩뿌리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