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전체 직원 1/4 유휴인력"
- 연말까지 기본급 20% 반납 요청
- 노조 "추가 고통분담 수용 불가"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3600여 명을 감원한 현대중공업이 유휴인력이 전체 인원의 4분의 1 정도나 된다며 직원 기본급 일부 삭감을 노조에 제안했다.

15일 현대중 노사와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에 보낸 교섭 최종안을 통해 현재 선박 수주 잔량을 감안할 때 전체 직원(2만1000여 명)의 4분의 1가량인 5000~6000여 명이 유휴인력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기본급의 20%를 일률적 반납 형식으로 삭감하자고 제의했다. 기본급 20%는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감안할 때 1100여 만 원 정도다. 회사는 삭감 정도가 커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돌려주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앞서 지난해 이 회사는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관리직과 생산직 등 3600여 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이어 올해는 사업부서 가운데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을 분사 형식으로 별도 법인화하는 등 몸집을 줄여 인력 규모를 2만1000여 명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회사 측이 유휴인력이 더 있다며 임금삭감 요청을 해오자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조합원들은 많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휴일근무 폐지로 노동자 1인당 평균 40만 원, 고정연장수당 55만 원 등 매달 100만 원에 가까운 임금 손실을 보고 있다"며 "또다시 추가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일감 부족으로 지난해와 올 초 각 1개 등 모두 4개 독(Dock)을 폐쇄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인력과 급여를 예전처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 위한 조치인 만큼 노조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교섭을 만 1 년이 넘도록 타결하지 못하는 등 노사 간 이해관계가 단 한 치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회사가 대규모 잉여인력 발생을 이유로 큰 폭의 임금 삭감을 제의함에 따라 양자 간 대립각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