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 300명 부산시장에 탄원
- "제2 시민공원으로 환원해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일대 철도 유휴부지의 대규모 상업개발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10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진역 주변을 '제2의 부산시민공원'으로 가꿔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로 300여 명이 만든 '부산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고층빌딩 건립계획 취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24일 서병수 시장에게 전달한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철도공단은 2012년 민간사업자와 부산진역 주변 2600㎡에 업무시설과 오피스텔을 갖춘 지상 20층(연면적 3만1933㎡) 규모의 복합 빌딩 건축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빌딩이 완공되면 3개 층은 영남본부 사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임대할 계획이다. 철도공단은 영남본부 사옥을 확보하면 30년간 최소 270억 원의 임대료를 절감하고 철도부지 사용료로 약 70억 원의 수익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시민모임은 탄원서에서 "부산진역은 민간자본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녹지를 갖춘 지역사회의 휴식공간이나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산업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원주민과 협의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삽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진역 주변은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 밀집지역이고 주위에 백화점과 전통시장이 있어 대규모 상업시설의 수요가 필요치 않다"고 덧붙였다.

시민모임은 지난 21일부터 '부산진역 난개발 저지 및 공원 조성 100만 청원운동'에 나서 사흘째인 이날까지 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 인원이 늘어나면 부산시의회·철도시설공단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종한 부산시의원도 지난해 11월 5분발언을 통해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부산진역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부산도심철도 시설이전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김응률 시민모임 대표는 "주민 의사나 지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철도시설공단은 즉각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도부지의 지역사회 환원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발전연구원 김경수 연구위원은 '부산역~부산진역 철도부지의 종합적 개발구상' 보고서에서 "부산역~부산진역의 철도부지는 관리주체가 달라 난개발 가능성이 있다. 관리 주체별 공동 참여를 통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