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역업체 대표 등 2명 구속기소

부산시 싱크탱크인 부산발전연구원(BDI)의 연구원이 군사보호구역의 고도제한을 풀어주겠다며 거액을 받았다가 구속기소됐다. BDI는 부산시나 공공기관의 정책 수립을 위한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는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BDI 전 선임연구원 강모(54) 씨와 건설 용역업을 하는 정모(58)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강 씨는 2010년 2월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군사보호구역(8만2500㎡)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고도제한을 풀어주겠다며 A 건설사 대표에게 접근했다. A 건설사는 강 씨의 말에 혹해 6억 원을 정 씨에게 건넸다. 6억 원 중 1억 원이 강 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행법상 군사보호구역은 5층 미만의 건물만 지을 수 있다. 고도제한을 풀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관할 자치단체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는 당시 배덕광 해운대구청장과 자신이 친하다는 점을 내세워 A 건설사를 속였다. 강 씨는 2009년께 해운대구가 추진하는 정책의 연구용역을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좌동의 군사보호구역은 해운대 신시가지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다. 강 씨가 A 건설사에 접근한 당시에도 이곳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건설사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강 씨가 실제 고도제한 완화를 결정할 권한이 없어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이미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는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실제 강 씨가 배 전 해운대구청장에게 고도제한 해제를 청탁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혐의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달 BDI에서 퇴직했다. 배 전 구청장은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상태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