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사건을 감찰 중인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이 문제의 만찬 장소에서 식사를 겸한 조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의 감찰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합동감찰반은 지난 22일께 '돈봉투 만찬' 장소인 서울 서초동 B 식당을 찾아갔다. 이곳은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법무부 검찰국 간부들과 만찬을 한 장소이다.

감찰반은 점심에 맞춰 B 식당에 찾아가 식사했다. 또 이 전 지검장, 안 전 국장 일행이 식사한 방의 사진 몇 장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법무·검찰 당국이 식사하면서 현장 조사를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검찰 개혁 논의가 가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찬 조사 형식이 법무·검찰 당국이 공언한 '엄정한 감찰'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진 직후 법무부와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 수사팀에 수사비를 보전하는 관행적 차원의 자리였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가 국민 정서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법무부는 '오찬 조사'에 대해 "현장 조사 과정에서 점심을 먹은 것은 맞다"면서도 "영업 장소여서 자연스럽게 조사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식당 관계자를) 마치 조사자와 피조사자처럼 불러서 물어볼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감찰팀은 당시 만찬 참석자 10명 전원과 참고인 등 20여 명의 대면조사를 마무리했다고 이날 밝혔다. 감찰반은 만찬 비용을 결제한 신용카드 전표 등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감찰 과정에서 위법으로 볼 사안이 인지되면 감찰반은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감찰의 주요 대상인 이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2일 자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후 다음 달 2일까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