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의 중단과 '핵연료세'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 환경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요구한 원전 관련 정책을 수용한 것이다.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을 끼고 있는 부산시와 문재인 정부 간 '원전 협치'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 시장은 5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클린에너지 부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서 시장은 "신고리5·6호기까지 건설되면 부산은 최대 핵발전소 단지가 된다"며 "오는 18일 고리1호기 폐로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은 탈핵으로 가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지방세인 '핵연료세' 신설도 제안했다. 그는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가 감내해야 하는 특수한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 핵연료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연료세는 일본에서 1976년부터 지방세로 도입해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도 핵연료세 도입을 핵심으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연료세는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핵연료 가액의 10%를 지방세로 납부하는 것이다. 핵연료세가 도입되면 전국적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걷히고 부산은 250억~300억 원의 지방세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 시장은 고리1호기 폐로에 맞춰 정부에 ▷원자력 해체 산업의 구체적 전략과 로드맵 제시 ▷부산을 해체산업의 거점으로 지정 ▷사용후 핵연료 문제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서 시장은 "국가 에너지 정책을 클린에너지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면서 "현재 1.3% 수준인 부산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오는 2030년까지 30% 선으로 확대하고 도시 전반의 에너지 체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를 클린에너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음 달 전국 최초로 클린에너지 정책관과 5개 분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인 '에너지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한다.

서 시장은 또 풍력발전을 비롯한 해양에너지 시범단지를 2025년까지 완료하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영도 등 혁신도시에는 '에너지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부산형 에너지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