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 8명 품위손상 경고조치

'돈봉투 만찬' 합동감찰반이 사건 당사자인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이라는 초강수 징계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에 대해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지만, 안 전 국장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대검찰청 '돈봉투 사건' 합동감찰반은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따라 지난달 18일 22명 규모로 합동감찰반을 꾸린 지 20일 만이다.

감찰조사를 총괄한 장인종(54·연수원 18기) 감찰관은 "봉욱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두 사람을 '면직'하라는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금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이 전 지검장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며 "법무·검찰 고위간부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깊은 실망을 드리게 된 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부연했다.

감찰 결과 돈봉투 만찬은 이 전 지검장이 안 전 국장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만찬에서 안 전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노승권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에게 100만 원 또는 7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전 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 원이 든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건넸다.

참석자 10명의 식대 합계 95만 원은 서울중앙지검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은 만찬 직후 서울중앙지검 부장 중 한 명에게 봉투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 지검장에게 반환했다. 당시 이들이 주고받은 돈의 출처는 모두 검찰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

감찰위원회는 이 전 지검장이 청탁금지법과 법무부 예산 집행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검찰국 고위직에게 돈 봉투를 건넨 데 이어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점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본 것이다.

다만 모임 경위·성격과 제공된 금액을 종합해 볼 때 이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횡령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찰반은 또 돈 봉투를 받은 나머지 만찬 참석자 8명은 검사 품위를 손상한 점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되지만, 상급자의 제의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석한 점을 고려해 각각 '경고' 조치했다. 이번 사건으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 전 지검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낸 뒤 지난주부터 출근하다가 지난 5일부터 다시 휴가를 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