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탈길 등산객과 안전사고 우려
- 동호인들 "탈 곳이 없어" 항변

12일 금정산성 남문(명해문) 주변. 누군가 불법으로 만든 산악자전거(MTB) 로드가 보였다. 자전거가 다니기 힘든 움푹 팬 곳에 돌과 나뭇가지를 넣어 메운 길이다. 한만길 부산시 금정산 순찰반장은 "삽·톱·곡괭이를 들고 와 길을 만드는 바람에 산림훼손이 심각하다. MTB 로드를 발견할 때마다 원상복구하는데 동호인들이 '왜 손을 대느냐'며 오히려 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금정산성 동문과 북문 사이의 등산로에서 MTB를 타고 이동하는 동호인. 오른쪽은 지난 11일 금정산성 동문 뒤편 잔디밭에 찍힌 MTB 바퀴 자국.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김진룡 기자

MTB 동호인들이 증가하면서 금정산 훼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휴식년제 시행으로 출입이 금지된 계곡이나 성벽 윗길에서도 MTB를 즐기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등산객들과의 마찰도 빈번하다.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금정산성 동문(관해문). 동문 뒤편 잔디밭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MTB 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주말을 맞아 수십 명의 등산객이 동문을 오가면서 MTB 동호인들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양준식(62) 씨는 "등산로를 올라오며 MTB 두 대와 마주쳤는데 길이 좁아 부딪칠 뻔했다. 항의했는데 그냥 가버리더라"고 했다. 또 다른 등산객은 "MTB 동호인들이 좁은 등산로를 따라 내려올 때면 사고가 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적 제215호인 금정산성의 성벽 윗길에도 MTB 바퀴 자국이 가득했다.

동문에서 시작해 산 아래 부산대까지 이어진 2㎞가량의 비탈길은 'MTB 로드'로 변한 상태였다. 계곡 사이에는 돌과 통나무를 이용해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누군가 통행에 방해되는 나무를 베어낸 흔적도 보였다.

이곳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5년간 휴식년제가 도입된 제2권역(범어사~부산대~금강식물원)이다. 계곡 사면도 붕괴위험이 높아 지정등산로를 제외하곤 출입이 금지됐는데 MTB가 다니는 것이다. 올해 2월부터 금정산 순찰반이 동문과 남문 주변에서 발견한 불법 MTB 로드는 5곳이다.

사고도 잦다. 지난해 12월 20일 동문 인근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던 주모(43) 씨가 자동차와 충돌해 오른쪽 쇄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부산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신고가 접수된 산악자전거 사고는 12건이었다.

MTB 동호인들도 할 말이 있다. 부산에선 MTB를 탈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장군에 MTB 산악 경기장 1곳이 있는데 차량으로 산 정상까지 이동할 수 없어 동호인들이 꺼리고 있다. MTB 경력 12년 차인 이용만(55) 씨는 "자전거를 끌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 힘들어 차량이 필요한데 기장군이 통제하고 있다"며 "경남 창원과 김해는 MTB 로드를 조성해 동호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부산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동호인들이 산 곳곳으로 흩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