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자격증으로 12년 동안 한약사 행세를 하며 독성이 있는 재료가 든 한약을 판매한 '가짜 한약사'가 검거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A(66) 씨를 구속하고 딸 B(3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2005년 2월 한약사 자격증을 딴 딸의 명의로 부산 동래구에 한약국을 차려 3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불량 한약'을 환자들에게 팔았다. 사향이나 녹용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가짜 '공진단'을 고가에 판매하거나 일부 한약에는 명태머리와 썩은 토마토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1500건의 처방전을 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일부 환자 중에서는 A 씨가 처방한 한약을 먹고 설사 등의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A 씨가 가짜 한약사 행세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93년과 1995년에도 A 씨는 한약사 자격없이 한약을 제조긿판매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김 씨는 지난 3월 경찰 조사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7일까지 한약사 행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자신은 한약국에서 잡일만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한약 처방은 자격증이 있는 딸이 한 것이라고 경찰에 증언했다. B 씨도 "A 씨는 진맥긿처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B 씨가 영업시간에 한약국 밖에 있었던 사실을 토대로 A 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나이가 많으니 B 씨에게 한약사가 될 것을 종용해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1500장의 처방전을 한의사협회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