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어울려사는 공동체 실험
- 취재팀 6개월간 '동거동락'
- 식사·가사 협업해 해결하고
- 취미·생산활동도 유도해
- 기적의 변화 매주 지상중계
번데기 튀김 콩나물 국수 순대 테이프(카세트테이프를 팔았다) 작은떡쟁이(떡 장사를 했고 키가 작다) 대구('대구분식'식당을 운영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통, 10통 어르신들은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불렸다. 이름은 잊고 살았다. 먹여 살려야 할 부모 남편 아내 아들딸이 어미 새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좁은 방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 모두 "젊어서 나보다 고생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인근 빈민촌에서 퇴거당해 이곳에 정착했다. 상당수는 기찻길 옆에 판자와 천막으로 무허가 집을 지었다. 이곳에서 아득바득 버텨온 날이 평균 35년, 나이는 대부분 80세 안팎이다. 지금은 '새끼 새'들이 모두 떠났다. 혼자가 된 지 길게는 60년, 평균 17년. '어미 새'의 몸에는 가난과 몹쓸 병만 붙었다.
어르신들의 마지막 소망은 '죽는 것'이다. 조건이 있다. 자다가, 안 아프고, 자식들한테 폐 끼치지 않고 죽는 것이다. 죽음은 소망이자 두려움이다.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145명의 노인이 8통, 10통에서 혼자 살다 죽음을 맞았다. 인구 870명의 작은 마을에서 한 해 6명가량의 홀몸노인이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8통, 10통은 지대가 낮고 앞뒤로 대단지 아파트가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다. 경부선, 가야선 철길이 두 갈래로 마을을 관통한다. 낡은 슬레이트집이 틈도 없이 붙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노인 밀집 빈곤 지역이다. 이 마을은 머지않은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6월 현재 고령화율이 24.9%로, 부산 평균 15.5%보다 훨씬 높다. 노인 1인 가구 비율은 무려 37.2%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높아진다. 2030년께 직면할 심각한 노인 문제가 이미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 3월 이 마을에 월세 17만 원짜리 집을 얻어 지금까지 석 달 반가량 살고 있다. 매일 어르신들과 폐지를 줍고, 밭일하고, 점당 10원짜리 화투를 치며 '동거'했다. 속 얘기를 털어놓는 어르신과는 설문지를 이용해 한두 시간씩 심층 면담했다. 8통, 10통 전체 홀몸노인 81명 중 절반인 40명의 인생사를 들었다. 2인 이상 동거노인 31가구도 같은 방식으로 면담 조사했다.
취재팀은 오는 9월 초까지 이곳에 살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그동안의 '노인·빈곤 보도'와 달리 어르신들이 식사 등 일상의 문제를 스스로 협동해서 해결하고, 취미·생산활동을 하는 활기찬 자활공동체 구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 마을의 변화를 통해 가까운 미래 한국의 노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한다.
죽는 게 소망이라는 어르신들에게도 10년, 20년, 혹은 30년 이상 즐겁게 살아야 할 날이 있다. 이번 취재는 이들이 펼칠 '마지막 전력질주'를 응원한다. 사회복지연대, 복지법인 우리마을,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가 공동 기획했다.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개금3동주민센터도 힘을 보탰다.
※마지막 전력질주
핀란드 헬싱키 노인들은 스스로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거·생활공동체 '로푸키리'를 만들었다. 로푸키리는 '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이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 개금3동 8·10통 홀몸노인 실태 |
평균 독거 기간 |
16.7년 |
현재 집 평균 거주 기간 |
33.6년 |
병원 방문 횟수 |
월 4.2회 |
월 평균 소득 |
42만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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