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6월 민주항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부산에 기념 표석을 세운다.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상징물이 부족(본지 지난 15일 자 6면 보도)하기 때문이다.

'6월 민주항쟁 30년 부산사업추진위원회'(부산추진위)는 오는 9월 부산 중구 부산가톨릭센터와 부산진구 서면교차로에 6월 민주항쟁 표석을 설치한다고 20일 밝혔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서면교차로에서는 매일 시위와 거리행진이 펼쳐졌다. 그해 6월 18일에는 30만여 명이 모여 '독재 타도'와 '호언 철폐'를 외쳤던 민주화의 공간이다. 부산가톨릭센터는 900여 명이 밤낮으로 농성을 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현재 부산에 6월항쟁을 기념할 만한 공간이나 상징물은 매우 부족하다. 2007년 '6월항쟁 20주년 기념사업회'가 동아대 공과대학 뒤편에 세운 '민주항쟁 기념비'와 동아대 교수회관 앞 벽면에 그려진 '6월항쟁도'가 전부다. 6월항쟁도는 최근까지 담쟁이 넝쿨로 거의 덮여 제대로 알아보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부산추진위는 6월항쟁을 대표하는 장소인 서면교차로와 부산가톨릭센터에 항쟁 표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6월항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진 사상공업단지와 사상버스터미널에도 표석 설치를 검토 중이다. 예산 1200만 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부터 지원받은 상태다. 표석에 새길 문구와 모형은 논의 중이다.

부산추진위는 표석 설치가 끝나면 부산가톨릭센터~이태춘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숨진 자성고가교~'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부산본부'가 있었던 범내골교차로~황보영국 열사가 분신한 서면교차로를 잇는 답사 코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민주공원 김종세 관장은 "부산은 6월항쟁을 주도한 도시인데도 그동안 이를 상징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연차적으로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