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절차 무시…그릇된 특혜의식"
- 미르 재단 등 3가지 재판 남아
- 항소 땐 일괄 병합심리 유력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기게 했다."

법원이 23일 '국정 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61) 씨를 질타하며 첫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최 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수사가 본격화한 이래 235일 만이다. 최 씨는 여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최종 형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자녀 위해선 법과 절차 무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이화여대 학사 비리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체육특기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함께 주변 사람이 자신을 도와야 한다는 그릇된 특혜의식이 (최 씨에게) 엿보인다"고 전제했다. 또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또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은) 사표(師表)가 돼야 할 대학 교수이자 대학 최고 책임자였지만 사회 유력인사 딸이 지원한 것을 알고는 공명정대한 학사 관리를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며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교과목을 수강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수강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달라 선고 형량 유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크게 4가지 사건으로 최 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했다고 보고 각각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학사비리 사건은 선고가 나왔지만, 최 씨의 다른 재판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 재판은 심리가 한창이다. 한 발 앞서 검찰이 기소한 두 건의 재판은 심리가 모두 끝났으나 일치된 결론을 위해서 선고를 미룬 상태다. 최 씨가 사건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해 아직도 다른 재판에서 판결이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 씨가 연루된 사건은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통상은 혐의가 여러 개인 경합범의 경우 사건이 병합돼 한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된다.

형법은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가 한꺼번에 재판을 받을 때는 '경합범 가중' 원칙에 따라 각 범죄의 법정형을 더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을 2분의 1 가중해 선고하도록 한다.

최 씨의 경우 사건마다 1심 재판부가 달라 선고 형량은 각각 유지되고, 최 씨가 항소할 경우 일괄 병합 심리를 거쳐 항소심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