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안인정시장에도 방송국 개국

- 반송·반여동엔 '반반신문' 발간
- 포켓북 형태 청년소식 주로 담아
- '금곡나루' 등 소식지도 정기 발행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부산 수영팔도시장 스피커에서는 눈물 콧물 찡한 사연과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수영팔도라디오 대표 프로그램인 '박성준의 음악다방'에서는 장사를 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응원 메시지부터 친구에게 띄우는 음악 선물까지 사연이 다양하다. 지역 주민들이 선곡한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영성 문화살롱' 프로그램도 인기다.

부산 수영팔도시장 내 라디오 녹음실에서 '수영팔도라디오'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수영성 문화살롱' 진행자 김버들(왼쪽) 씨와 최종태 씨가 방송을 하고 있다. 수영팔도라디오 제공

지난해 4월 개국한 수영팔도라디오 같은 '마을 미디어'가 늘어나고 있다.

수영팔도시장 상가번영회는 최근 라디오 방송 인프라 개선을 위해 스피커 40여 개와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5년 수영팔도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뽑히면서 시작된 팔도라디오는 지금까지 80여 차례 방송을 했다. 라디오 진행자나 상인들은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님과 함께 선식 가게를 운영하며 방송 진행까지 도맡은 박성준(28) 씨는 "라디오 방송을 하기 전 팍팍했던 상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라디오 방송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수영팔도라디오는 올해를 끝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의 지원이 곧 끊기기 때문이다. 방송 인프라를 이미 갖췄고 라디오 진행자도 재능을 기부해 큰 예산은 들지 않는다. 정판훈(62) 번영회장은 "주차장 수입이나 광고 수주를 통해 예산 지원 없이도 자생력을 키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마을미디어인 '반반신문'의 추나리(가운데) 편집장과 기자단. 반반신문 제공

해운대구 반송·반여동에는 청년가치협동조합에서 발간하는 '반반신문'이 3년째 동네 소식을 전한다. 포켓북 형태로 제작된 잡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는다. 지난달에는 반송동 한 카페에서 '주(酒)님 오신 날 수육을 쏘다!!'란 행사를 개최해 소주를 무한 제공하는 파티를 열기도 했다. 추나리(27) 편집장은 "우리 동네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보통 200부의 잡지를 내는 데 50만 원 정도 예산이 소요된다. 지금은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 수익으로 잡지를 만들고 있다. 추 편집장은 "돈이 조금 모자라면 덜 발행하면 되고 돈이 많으면 더 발행한다. 수익은 없어도 청년에게 위안을 주는 소식을 잡지에 싣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동래구 수안인정시장에서는 '동래FM 얼쑤 마을 방송국'이 개국했다. 마을공동체 수민동락이 운영하는 방송국은 우선 상인과 희망자들에게 라디오 제작 수업을 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이 탄생할 전망이다.

분기별로 나오는 소식지도 다양하다. 북구 금곡동에서는 주민 기자단이 '금곡나루'라는 마을신문을 2015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사상구 주례3동에서도 8면짜리 '주례3동 소식지'가 정기적으로 나온다. 금정구 금성동에서도 동네 기자단이 '산성신문'을 분기마다 800부 발행한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복성경 대표는 "시민주권시대를 맞아 기존 미디어 대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자치단체의 지원도 이어지면서 마을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