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인면수심의 40대가 범행 8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2009년 6월 병든 노모를 살해·유기한 뒤 노모의 통장에서 기초연금까지 빼간 패륜아들이 지난해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존속살해 혐의로 박모(48) 씨를 27일 구속기소했다. 박 씨는 2009년 6월 18일께 경남 창원의 한 야산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어머니(당시 66세)를 목 졸라 살해하고 가까운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에는 자신의 동거녀 A(당시 44세) 씨와 생활비를 놓고 다투다 살해해 근처 바다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다리 질병으로 입원 치료 중인 모친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자며 퇴원하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약 20년 전 공사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장애를 얻어 형편이 어려웠던 박 씨는 어머니의 치료비로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경찰에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박 씨는 범행 이후 어머니 이름으로 된 예금·전세보증금 2400만 원과 기초연금 1100여만 원을 가로챘다. 박 씨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7년 가까이 기초연금을 받아 냈다. 박 씨의 친형은 모친과 사이가 좋지 않아 경찰의 연락을 받기까지 모친의 사망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의 시신은 2010년 11월 박 씨의 주거지에서 11㎞가량 떨어진 곳에서 벌목공에게 발견돼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됐다.

박 씨는 또 2011년 8월 밤 11시께 경남 창원 자신의 집 주변 승합차 안에서 동거녀 A 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박 씨는 8년 동안 동거하던 A 씨가 자신에게 "남자가 돈을 벌지 않아 구실을 못한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격분해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 씨는 A 씨의 가족이 A 씨의 행방을 묻는 전화를 하면 "A 씨가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잘 있다"며 거짓말을 했으며 나중에는 전화기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바다에 버려진 A 씨의 시신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