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연속 파업 스스로 유보
- 지역 경제계·노동계 환영 의사

현대자동차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의 길이 열렸는데도 곧바로 파업에 돌입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여름휴가 전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 경제계와 노동계는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변화된 모습에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는 18일 개최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올해는 여름휴가 전 파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주말 휴일 특근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회사와의 교섭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 파업의 길을 연 상태여서 당연히 예상됐던 파업투쟁을 노조 스스로 유보한 셈이다.

이는 파업을 위한 파업보다는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노조가 내비친 것으로 회사는 물론 지역 상공계나 노동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처럼 노조가 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도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5년의 노사협상 전례를 보면 노조의 첫 쟁의대책위 회의에서 파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노조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는 조합원과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보면 찬성률 65.93%로, 2007년 62.95% 찬성률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찬성률인 76.54%보다도 10%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그만큼 조합원 사이에는 파업을 바라지 않는 부정적 기류가 팽배해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노사협상 과정에서 벌인 20여 차례의 장기 파업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조합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해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모두 24차례 파업했고 주말 특근도 12차례 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해 분규에 따른 생산차질 규모를 14만2000여 대, 3조1000여억 원으로 추산했는데, 파업 관련 생산차질 규모가 3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와 함께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노조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그 어느 해보다 따가운 것도 노조엔 큰 부담이었다. 최근에는 ‘현대차를 사지 말자’며 불매 운동에 나서는 네티즌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불신을 샀다.

또 회사 제시안이 나오지 않아 집중 교섭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부터 하는 것은 회사를 압박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한편 노조는 휴가 이후 다음 달 7일 쟁의대책위 회의를 다시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름휴가 복귀 이후인 이때도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의 파업은 불가피해 보인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