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서있기만 해도 땀 범벅
- “차라리 도망치고 싶다” 생각
- 부산 온열질환자 벌써 9명
- 체온 치솟아 응급실가기도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아스팔트 위에서 온몸으로 땡볕과 맞서는 이웃들이 많다. 환경미화원이나 택배기사·건설 일용직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발을 디딜 때마다 45도가 넘는 지열이 괴롭힌다. 실제로 올해 부산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 9명이 모두 ‘거리 위의 노동자’였다. 그들에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일을 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지난 19일 부산 기장군에서는 40대 환경미화원이 청소 도중 열이 42도까지 치솟아 중환자실로 후송되기도 했다.

	본지 이준영 기자가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20일 오후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부산진역 일대를 청소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20일 오후 기자는 부산 동구 환경미화원과 함께 폭염으로 푹푹 찌는 거리로 나섰다. 빗자루를 들자마자 “차라리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해져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흘렀다. 온도계를 들고 지열을 재보니 무려 45도에 육박했다. 기자는 청소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부산진역 일대를 1시간 동안 청소했다. 동구는 모두 38명의 환경미화원이 구역을 나눠 하루 8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22년 경력의 배광남(48) 씨를 따라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 담았다. 담배꽁초와 전단지 명함은 물론 먹다 버린 일회용 컵과 슬리퍼들도 있었다. 도로 옆을 지나가며 버스와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탓에 온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착용한 모자와 조끼는 더위를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베테랑인 배 씨도 어느새 땀에 절어 있었다.

배 씨는 “더위 앞에는 백약이 무효다. 그냥 땀 흘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너무 지칠 땐 그늘에서 잠시 쉰다. 오늘같이 더운 날은 피로도가 심해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은 정오부터 1시까지인 점심시간을 한 시간 더 늘여 오후 2시까지 휴식을 취한다. 배 씨는 미지근해진 생수를 조끼 주머니에서 꺼내 벌컥벌컥 들이킨 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더운 날씨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청소한 자리에 다시 쓰레기가 수북이 쌓일 때였다. 조금 전 빗질을 하고 지났던 자리인데도 잠시 뒤 뒤돌아보면 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부산진역에서 청소를 하던 박영태(53) 씨는 “최근 날이 덥다 보니 일회용 컵을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옆에서 청소하는 것을 보고도 쓰레기를 던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씨가 부산진역 일대에서 치운 쓰레기 양만 300ℓ에 달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 금정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인부 정모(73) 씨가 쓰러져 숨지기도 했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증진과장은 “거리 노동자들은 통풍이 잘 되는 옷과 함께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휴식을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