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해양을 주름잡던 스페인 탐험대가 아프리카 해안을 돌다가 화려한 붉은 색 조류를 처음 보았다. 그들은 그 새에게 붉은 불꽃(flame)과 같다고 플라밍고(flamingo)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붉은 학인 홍학(紅鶴)보다 작명의 미적 감각이 멋졌다.

플라밍고와 비슷한 플라멩코

유럽 전 지역에 흩어져 살던 집시들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춤추었을 때 스페니시의 미감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냥 희한한 춤이려니 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화려한 불꽃같은 춤으로 여기며 플라멩코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플라밍고(flamingo)와 플라멩코(flamenco)는 둘 다 영어로 불타는(flaming)이라는 뜻이다. 작명자의 출신지역마다 말이 달라서 뒤에 ‘밍고’와 ‘멩코’가 달리 붙었을 것이다.

플라멩코를 스페인 현지에서 직접 듣고 보았다. 허름한 작은 술집에서였다. 생맥주 서너 잔 시키고 본 무료공연이었다. 한 명의 남자 기타리스트, 한 명의 남자 가수, 한 명의 여자 댄서가 술집 한 모퉁이에서 했던 공연이었다. 그 감상평은 이 세상 모든 형용사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란다. 정열적 역동적 매혹적 관능적 도발적이며 짜릿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우아하며 파워풀하고 컬러풀하고 원더풀하며 뷰티풀했다.

보면서 갑자기 청승맞게 눈물이 났다. 세 명의 연주자가 뿜어내는 비극적 열기가 내 여린 감정을 쑤시고 들어와서다. 좀 취했어도 기분이 개운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정말로 실감한 체험이었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