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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2-1> 활기찬 자활공동체- 어울려 살아갈 준비

함께 장보고 나눠 먹고…“할매표 반찬 혼자 먹긴 아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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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김치 깻잎무침 멸치볶음…
- 개금3동 8·10통 할머니들
- 부전시장서 흥정해 산 재료로
- 손맛 뽐낸 ‘집밥 잔치’ 성공적
- 십시일반 모아 홀몸노인 전달도

- 재미 삼아했다지만 자부심 표출
- 어르신들, 자신이 잘하는 일
- 생산활동으로 연결 의지 강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지난 19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10통 새마을경로당. 물김치 멸치볶음 깻잎무침 꽈리고추찜 가지무침 마늘종무침 된장찌개가 상 위에서 맛깔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할머니들 손으로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은 ‘화룡점정’이다.
   
지난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10통 새마을경로당에서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공동 기획팀이 할머니들이 만든 반찬을 먹어보는 시식회가 열렸다. 시식에 앞서 할머니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평소 “물김치만큼은 최고”란 칭찬을 듣는 박영수(84) 할머니는 덤으로 조개와 각종 채소를 넣은 된장찌개를 내놨다. 물김치는 굵은 고춧가루를 푼 시원한 비법 육수에다 배추를 길게 찢어 예쁘게 얹었다.

깻잎무침에 자부심이 강한 황원선(80) 할머니는 재료로 특별한 고춧가루를 사용했다. “아무 고춧가루나 써선 맛이 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산 것 대신 직접 옥상 텃밭에서 가꿔 말린 태양초를 넣어 양념을 버무렸다. “재미 삼아 하나 더 해봤다”며 매실 원액으로 상큼한 맛을 더한 마늘종무침도 선보였다.

황옥희(80) 할머니는 꽈리고추와 빨간고추, 마늘을 썰어 넣어 멸치와 함께 볶았다. 조리할 때 물을 조금 넣어 어르신들도 먹기 좋도록 촉촉하게 만들었다. 황 할머니는 이날 아침 집 앞 텃밭에서 꽈리고추와 가지를 땄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다”는 꽈리고추찜과 가지무침도 상 위에 올렸다. 황 할머니는 “손님 대접이 시원찮아선 안 될 것 같아 일찍 일어나서 서둘렀다”고 했다.

   
시식회에 앞서 지난 12일 부전시장에서 개금3동 8통 10통 할머니들이 장을 보고 있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시리즈 공동기획팀이 할머니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밥상에 둘러앉았다. 황송한 일이지만, 이날만큼은 어르신들에게 대접받기로 ‘작정’했다. 팀원 11명이 고봉밥을 비우는 데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주승철 사무처장은 “깻잎무침이 딱 입에 달라붙는다”고 치켜세웠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간사는 “멸치볶음이 제일 낫다”고 말했다. “멸치볶음이 바싹바싹하지 않아 젊은 사람들 입맛에 안 맞을까 걱정”이라던 황 할머니는 손뼉 치며 어깨춤을 췄다. 개금3동주민센터 김재묵 복지사무장은 된장찌개에 밥을 쓱싹쓱싹 비벼 물김치와 함께 먹으며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어린 시절 집밥 같다”고 했다. 맨입에 먹기엔 다소 매웠던 꽈리고추찜도 밥을 곁들이니 순식간에 동났다.

남성 팀원들이 고봉밥을 두 그릇 이상씩 비워내는 바람에 나중엔 밥이 모자랐다. 대형 밥솥에 밥알이 한 알갱이도 남지 않은 뒤에도 팀원들의 젓가락질은 한동안 계속됐다. ‘시험’을 통과한 어르신들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10통 어르신들이 차린 물김치 멸치볶음 깻잎무침 꽈리고추찜 마늘종무침.
사실 이날 공동기획팀은 할머니들 반찬의 ‘상품성’을 냉정하게 평가하려고 모였다. 식사 이후 각 반찬의 맛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진짜 맛있다”는 반응 외에 반찬 맛에 대한 이견은 전혀 없었다. 할머니들 반찬은 20대 3명, 30대 3명, 40대 4명, 50대 1명 등 고른 연령층으로 구성된 공동기획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다만 “상품성을 위해선 소비자들의 보기에도 좋게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겠다”는 의견이 나왔을 뿐이다.

공동기획팀은 바로 전날에도 호강했다. 10통에 앞서 8통 일진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받았다. 8통 어르신들은 깻잎무침 멸치볶음 오징어채볶음 시래깃국으로 밥상을 차렸다. 양파를 찍어 먹으라고 내준 수제 쌈장도 입맛을 돋웠다. 8통 어르신들의 반찬 맛 역시 고봉밥 두 그릇으론 모자랄 정도였다. 밥상을 준비한 어르신의 어깨도 으쓱해졌다. “7남매 중 맏이인 남편과 결혼해 온갖 제사 다 지내고, 거기에다 아들딸 5명이나 낳아 거둬 먹였으니 내 반찬 맛이 안 좋을 리가 있겠나.”

   
8통 어르신들이 마련한 깻잎무침 멸치볶음 오징어채볶음.
어르신들이 만든 반찬은 취재팀이 시리즈 첫 회 보도(본지 지난 6월 19일 자 1면) 때 목표로 제시한 ‘식사 등 일상의 문제를 스스로 협동해서 해결하고, 취미·생산활동을 하는 활기찬 자활공동체’의 문을 여는 핵심 열쇠다. 이번에 8통과 10통에서 이틀간 진행된 ‘집밥 잔치’는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집밥 잔치가 공동기획팀의 배만 불린 건 아니다. 홀몸노인을 비롯해 8통, 10통 어르신들은 각 경로당에서 다 함께 복작복작 모여 밥 한 끼를 배불리 먹었다. 특히 8통, 10통 마을은 서로가 만든 반찬을 나누기도 했다. 8통 어르신들이 먼저 반찬을 통에 싸서 10통에 선물했다. 10통 어르신들은 그 통을 비워내고 다시 새 반찬을 채워 8통에 보냈다. 이렇게 교환한 반찬은 다시 조금씩 나눠 각 마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집에 배달됐다. 어르신들이 직접 정성을 담은 때깔 좋은 반찬은 최소한 몇 끼, 홀몸노인들의 밥상을 채워줄 것이다.

자활공동체의 주체는 개금3동 8통, 10통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반찬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장을 봤다. 8통과 10통 어르신들은 취재팀과 함께 지난 12일 마을 인근 부전시장에서 멸치 1500g(4만 원), 오징어채 1330g(2만 원), 깻잎 20단(1만4000원), 물김치용 배추 12포기(1만1000원), 빨간고추 1000g(5000원), 꽈리고추 1000g(5000원), 시래기 2단(1600원), 마늘 3단(1만6000원), 간장 2개(1만2000원), 물엿 2개(4000원), 고춧가루 1근(1만 원), 참기름 1병(7000원)을 샀다. 단돈 14만5600원과 어르신들의 자활 의지가 공동기획팀은 물론 8통, 10통 마을에 커다란 행복을 줬다.

   
어르신들의 반찬 만들기는 계속 이어진다. 취재팀은 지난달 29일 개금3동주민센터에서 연 8통, 10통 마을잔치 때 일부 어르신에게 반찬 만들기와 콩나물 키우기에 관한 설문(중복 응답 가능)을 했다. 설문에 응한 34명 중 절반인 17명은 “콩나물을 키우겠다”고 했고, 17명은 “반찬을 만들겠다”고 했다. “두 가지를 다 하고 싶다”는 어르신도 9명이었다. 어르신들이 자랑한 반찬은 미역국 채소볶음 물김치 꽈리고추찜 멸치볶음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시래깃국 김치 도토리묵 등이다.

개금3동 8통, 10통 마을 자활공동체의 취미·생산활동은 철저히 어르신들 중심으로 이뤄진다. 담배꽁초 줍기, 잡초 베기, 설거지 등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기존 노인 일자리와 달리 어르신들이 원하고 가장 잘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 즐기며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일부턴 8통, 10통 어르신 각각 4명이 ‘콩나물 키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은 콩나물 키우기에 가장 나쁜 시기다. 흔히들 “여름에 집에서 콩나물을 키우면 콩이 다 녹는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이 어려움을 또 극복해내는지는 다음 주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어르신은 마을의 중요한 주체다. 어르신들이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이야말로 활기찬 자활공동체를 이끌어갈 최고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공동 기획=사회복지연대, 복지법인 우리마을,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후원=개금3동주민센터

권혁범 김영록 기자 pear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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