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파산을 선고한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에 전기 공급도 중단된다. 단전으로 100만 건이 넘는 진료기록부 발급이 어려워지면 지금까지 침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한국전력 부산울산본부는 다음 달 2일부터 침례병원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연체된 전기요금이 4억 원가량에 달해 더 사정을 봐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단전이 되면 그동안 병원에서 진료를 본 환자의 의료 기록 발급이 어려워진다. 특히 심장 질환 등 환자의 의료 이력이 중요한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 질환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을 때 침례병원의 진료 기록을 주치의에게 전달할 수 없다. 또 병원 측 데이터 서버가 5~10년 교체 주기를 놓쳐 노후화돼 혹시나 단전될 경우 데이터 손실이 우려된다.

침례병원 관계자는 “해당 의료 데이터를 긴급 환자들에게 줘야 할 경우가 있는데 단전이 되면 발급해주지 못하게 된다.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그동안 충분한 시간을 줘 더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병원 측에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병원이 파산한 상황에서 연체된 전기료도 못 받을 가능성이 큰데 전기를 계속 공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정구보건소는 이날 침례병원을 방문해 기존 의료 데이터의 백업 사실을 확인했다. 혹시나 단전될 경우를 대비해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다음 달 2일까지 병원 측과 한전이 타협안에 이르지 못하면 의료 데이터를 보건소로 가져올 계획이다.

금정구보건소 김창수 보건행정과장은 “단전된 이후 환자의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어 미리 대비책을 세웠다. 병원 측에 밀린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행정지도와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데이터를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