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착장 앞 여인상 탐방객 반겨
- 섬 가득 초원길·원시림 장관
- 해안변 기암괴석 비경 더해
- 맑은 날엔 대마도 손에 잡힐듯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27㎞ 떨어진 대매물도에는 어머니 품속 같이 아늑한 길이 있다. 바로 ‘대매물도 해품길’.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조성한 바다백리길 중 다섯 번째 길이다. 국립공단은 통영의 6개 섬을 묶어 바다백리길을 만들었다.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 이 중 대매물도 해품길은 눈에만 담고 오기가 아까울 정도로 바다 백리길 중 으뜸으로 친다.

	어머니 품속 같이 아늑한 경남 통영시 ‘대매물도 해품길’은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쉽게 지나치기가 아쉬울 정도다. 박현철 기자

■가보고 싶은 섬, 대매물도

통영항을 떠난 여객선 ‘섬사랑호’는 먼저 비진도의 내항마을을 거쳐 외항마을에 도착한다. 외항마을에서 승객들이 앞다퉈 내린다. 외항마을은 푸르디푸른 바닷물로 유명한 천연의 해수욕장인 ‘비진도 산호해변’으로 전국에 이름나 있다.

이어 여객선은 뱃머리를 망망대해로 돌린다. 통영은 570개의 섬을 간직한 ‘바다의 땅’. 비진도까지가 아기자기한 섬을 구경할 수 있는 내해였다면 섬을 넘어서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파도도 제법 거칠어진다. 한참을 달린 ‘섬사랑호’는 소매물도에 도착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국립공원 경관자원 100선에 선정될 만큼 유명한 섬이다. 배에 남아 있던 대부분의 승객은 이 섬에서 하선한다.

이어 여객선은 바로 옆 섬인 대매물도의 대항마을을 거쳐 마지막 항인 당금마을에 도착한다. 통영항~비진도 내항~비진도 외항~소매물도~대매물도 대항~대매물도 당금 노선으로, 당금마을까지는 1시간40분 걸린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러 섬을 구경할 수 있어 지루하지가 않다.

‘대물도 해품길’은 당금마을에서 시작된다. 뱃전에서 바라본 당금마을은 펜션과 옛집이 어우러진 아담한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거대한 여인상 조형물이 탐방객을 먼저 반긴다. ‘바다를 품은 여인’은 3ｍ 높이의 조형물로 마을을 상징한다. 대매물도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으로 선정됐다. 마을 주민과 문화예술단체가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신비로운 해품길

	통영시 대매물도 정상에 건립된 군마상.

‘해품길’은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시작된다. 마을 곳곳 담벼락은 옛 모습을 간직한 돌담길로 정겹다. 마을을 곧장 올라가면 이내 한국전력공사 매물도 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올라가면 제1전망대다. 해무가 깔린 마을 전경과 앞바다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발전소 바로 아래 매물도 분교는 폐교 이후 관광객 방문에 대비해 주민들이 민박집으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분교에서 바라보는 해안 경관은 장관이다. 분교 아래에는 아담한 몽돌 해수욕장도 눈에 들어온다.

학교 바로 옆에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매물도 해품길(5구간)’이란 입구문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부터 ‘해품길’은 본격 시작된다.

초입은 아기자기한 초원길이다. 초지와 함께 해안변 기암괴석 등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걷기 편하도록 바닥에는 야자수 매트를 깔아 놓았다. 이내 흙길이 펼쳐지고 잠시 울창한 숲길이 열린다. 동백나무 등 울창한 수림과 잡풀이 무성해 원시림으로 착각할 정도다. 요란하게 새들이 짖어댄다. 또다시 작은 초원이 펼쳐진다. 바다 위에는 수십 척의 어선들이 조업에 한창이다. 땀이 배고 숨이 찰 때쯤 ‘당금마을 전망대’가 나온다.

날이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느껴진다. 이어 오르막 나무 덱과 우거진 숲길이 이어지고 내리막 능선이다. 대매물도는 두 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삼거리에 도착하면 한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대항마을이고 직진하면 섬 정상인 장군봉(210ｍ)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조망이 압권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도 힘들지 않다. 정상에 못 미쳐 ‘어유도 전망대’가 나온다. 섬 앞의 무인도 어유도 전경이 선명하다.

섬 정상에는 ‘통영연안해상 교통관제센터’와 모 이동통신의 기지국이 자리 잡고 있다. 정상 표지석 옆에는 군마 형상의 조형물이 눈에 띈다. 장군봉은 장군이 군마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정상에서는 욕지도, 사량도, 선유도, 가익도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부터는 대항마을로 향하는 내리막길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책하듯이 가볍게 내려올 수 있다. 이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다. 해무가 깔린 날씨 속에서도 등대섬의 하얀 등대와 관리숙소의 오렌지 지붕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가깝다. 이들 섬과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에 위치한 ‘등대섬 전망대’는 이들 섬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항마을로 가까이 올수록 또 한 번 원시림이 펼쳐진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 군락이 잘 보존돼 있는 울창한 수길이다. 탐방로 구간 내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서 넉넉하고 편안하다.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쉽게 지나치기가 아쉬울 정도다.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동백터널은 물론 숲길과 초지도 번갈아 가면서 길동무가 되어 주는 코스다. 탐방로 전체 구간은 5.2㎞. 천천히 둘러보면 3시간이 소요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