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생기면 어르신들 모두 사장님이 되는 겁니다.” 지난달 31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통, 취재팀의 월세방.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의 말에 어르신들이 ‘빵’ 터졌다. “우리가 어떻게 사장이 되노.” “회사를 어디에 차린단 말이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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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금3동 8통 할머니들이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설명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날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공동기획팀은 협동조합 설명회를 열었다. 8통 어르신 10명이 모였다. 어르신들의 뭇웃음과 달리 협동조합 조합원은 모두 진짜 사장님이다. 어르신 조합원 전원이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 등)이 된다. 어르신들은 “말이 되는 소리냐”며 웃다가도 이내 설렌다.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어르신들은 협동조합 설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저마다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한 의견을 쏟아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먼저 콩나물을 어떻게 잘 키울지에 관한 얘기가 시작됐다. 정필분(75)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콩나물이 썩을까 봐 걱정했는데 잘 크더라. 삐리(볼품없는)하고 벌레 먹은 콩 가려내고 물만 정성껏 주면 잘 자란다”고 했다. 김귀성(79) 할머니는 “우리가 살아온 날이 얼만데, 콩나물 못 키우는 사람이 어딨느냐”며 가벼운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손수 만든 반찬을 상품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강명희(81) 할머니는 “상품으로 팔려면 반찬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며 “이번에 반찬을 만들면서 새로 배웠다. 지금까지 오징어채를 애들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면서 양념 넣고 달달 볶아서 깨소금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해보니 그래서 될 일이 아니다. 오징어는 낮은 불에 살살 볶아서 다라이(대야)에 모으고 양념 맛있게 해서 무쳐야 맛있더라”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러면서 강 할머니는 “오징어채처럼 우리가 만드는 음식은 양심을 정확히 지킨다. 미원(조미료)을 안 쓰고 원재료를 많이 넣은 양념으로 만든다. 품질이야 우수하겠지만, 이렇게 팔아서 이윤이 남겠나. 깻잎무침도 양념이 잔뜩 들어가는데 숨이 죽으면 부피가 확 줄어든다”며 걱정했다. 김귀성 할머니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비싸게 팔아야지.”
대략적인 협동조합 운영 규칙도 즉석에서 정했다. 어르신들은 “콩나물을 키우면 우리(협동조합) 것으로 생각해야지 개인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주민들이 먹을 것만 남기고 협동조합을 관리하는 사람이 모두 들고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르신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어울려 사는 협동조합’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그동안 공동기획팀이 진행한 대부분 사업에 대해 ‘못 한다’고 고개를 젓던 어르신들이 결국엔 전부 해냈다”며 “협동조합도 멋지게 성공할 거로 믿는다”고 말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