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정(鄭瓜亭)은 고려시대 의종 때 동래로 유배를 온 문신 정서(鄭敍)가 이곳에 과정(瓜亭, 오이 농사 원두막)을 짓고 오이밭을 일구며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과정곡(鄭瓜亭曲)을 지은 곳으로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 동래부지(東萊府誌) 등에 의하면 과정(瓜亭)은 ‘동래부 남쪽 10리에 위치해 있으며, 정자는 없으나 그 터는 남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과정 유적지 중 일부인 망미동 정과정 공원.

이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정과정의 현재 위치는 수영강변을 따라 수영하수처리장에서 고려제강에 이르는 지역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곳 대부분 지역은 도시개발과 도로 공사 등으로 원래 지형을 찾기 어렵고 망미2동 산 6-2번지 일원 1240평 정도만이 원 지형을 간직한 녹지로 남아 있다. 이곳 정과정 유적지는 2003년 5월 6일 부산시 기념물 제54호로 지정되었다.

정서가 유배지 동래에서 지은 가요인 정과정곡은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제작 동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말 노래는 ‘악학궤범’에 전하고 있다. 우리말로 적혀 전하는 고려가요 가운데 유일하게 작자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유배지에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을 절실하고 애달프게 노래하였다 하여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 및 유배문학의 원류로 널리 알려졌다.

본관이 동래인 정서는 정항(鄭沆)의 아들이자 인종의 비(妃)인 공예태후 동생의 남편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다. 벼슬은 내시중랑(內侍郎中)에 이르렀으나 1151년(의종 5) 정함, 김존중의 참소로 동래 및 거제로 유배되었다가 1170년(명종 1)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