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 휴직도 검토… 근무인원 반토막
- 대우조선 올초부터 순환 무급휴가 시행
- 삼성중도 무급휴직·희망퇴직 진행 중
- 협력업체 파급 예고, 지역 고용 악영향

국내 조선사들이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구책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면서 휴업과 휴직 등의 시행이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 휴업 휴직 등 자구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전경. 국제신문DB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감 부족을 이유로 다음 달부터 휴업을 하겠다고 최근 노조에 통보했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는 이례적으로 휴직까지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기간이나 인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휴업은 사업본부별로, 나아가 공정별로 일감을 감안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직은 근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개인 희망자에 한해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휴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하게 돼 있다. 반면 휴직은 근로 당사자와 급여 지급수준을 합의해야 하는데 무급까지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6월에도 휴업·휴직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노조의 반발로 철회했는데 두 달 만에 실제 시행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 내·외주 협력업체도 휴업·휴직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연초에 올 하반기가 되면 50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타개책으로 기본급 20%(1인당 평균 1100만 원가량) 반납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고통 분담을 외면했다”며 “내년 6월까지는 물량 공백이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수주가 안 되면 유휴인력 문제가 더 심각해지므로 이 같은 자구안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이번 자구안 마련에 앞서 분사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4월 전기·전자, 로봇, 건설장비, 클린에너지 등 4개 사업본부를 분사해 지금은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3개 사업본부만 남아 있다. 지난해에는 3600여 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2만여 명에 달하던 전체 임직원은 1만6000명대로 줄었다. 이마저도 휴업과 휴직을 시행하게 되면 실제 근무 인원은 1만여 명 선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는 정규직만 포함된 수치다.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휴무·휴직을 하면 내·외주 협력업체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지역의 전체 조선업 관련 휴업·휴직 근로자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이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지역 경기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회사보다 규모가 다소 작은 다른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미 휴업이나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같은 현대중공업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역시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노사가 유휴인력 해소 문제를 놓고 논의 중이다.

■ 대우조선해양도 무급휴가 실시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조선 ‘빅3’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부터 생산직을 제외한 5000여 명의 관리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간 무급 휴가를 실시 중이다. 나머지 7000여 명의 생산직 직원에게는 노조 반발을 의식해 실시하지는 않지만 휴가(연월차)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관리직 정직원들은 1년 중 1개월간 무급 휴가를 실시해 임금을 11개월만 받는 셈이다. 정상 경영을 앞당기기 위한 고통 분담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노동자협의회에 제의했다. 앞서 이 회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조선사의 협력업체 중 일부는 전 직원을 상대로 일괄사표를 받은 뒤 인력 재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협력업체는 원청업체의 조업 패턴을 그대로 따라간다. 원청에서 휴무나 휴직을 하면 당연히 발주되는 일감은 더 줄어들기 때문에 근로자들을 덜 쓰고 조업시간도 단축할 수밖에 없다”며 “하청 근로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종근 박현철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