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화제초

- 교사가 만든 지역화 교재로 수업
- 독서 뒤 토론하고 체험활동 등
- 이색 교과·민주적 운영 입소문
- 전교생 30명서 100명으로 늘어

◇‘공립형 대안학교’ 태봉고

- 교육과정 43%가 특성화교과
- 희망직업 멘토 만나 현장수업
- 학생·교사 회의 열어 규율 정해
- 입시보다 인권·개성 존중 교육

미래사회에서는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학생들이 교육을 받으며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하는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는 삶의 문제 해결은커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세계 교육개혁의 흐름에 부합하는 미래학교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국제신문은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국내는 물론 유럽 교육강국인 핀란드·덴마크·독일의 혁신교육 모델을 통해 부산·경남의 미래교육 해법을 모색한다.


경남 양산 화제초등학교는 2015년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됐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형 학교’로 알려져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한다. 창원 태봉고는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델이다. ‘문제아 집합소’로 여겼던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교육의 본질을 찾는 학교’로 자리매김 했다. 닮은 듯 다른 두 학교의 철학은 ‘사람 행복 중심’이다.

	경남 양산 화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지역화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정홍주 기자

■지역화 교재 활용, 활동중심 수업

양산시 물금택지개발지구에서 오봉산을 넘으면 원동면이다. 전형적인 시골마을 한가운데 화제초등학교가 자리잡았다. 한때 전교생이 30명으로 줄어 통폐합 대상에 올랐던 화제초는 이제 명문학교가 됐다. 이색적인 교과과정과 민주적 운영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공교육 혁신의 파일럿 스쿨(본보기 학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전교생이 100명으로 늘었다.

화제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기자가 찾은 지난 7월 11일 오전 10시. 1학년 교실에서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들고 있는 ‘한글 첫걸음’이라는 교과서는 출판사에서 찍어낸 책이 아니라 김진희 담임교사가 직접 만든 지역화 교과서다. 책에는 화제초 아이들의 사진과 실명이 등장한다. 마을 전경 사진도 사용해 친근감을 높였다. 화제초 6학년 학생들이 쓴 시도 수록했다. 시 가운데 일부는 노래로 만들었다.

김 교사는 “교과서 지문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 주제를 우리 마을과 일상생활에 연관지어 설명하니 아이들이 한글을 훨씬 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4학년 학생들은 소설 ‘몽실언니’를 읽고 느낀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초의 특징인 ‘온책 읽기’ 수업이다. 전 학년이 한 학기 동안 읽을 책 한 권을 선정해 같이 읽고, 토론하고, 체험 활동을 한다. 온책 읽기 수업을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이제는 두꺼운 책도 거뜬히 읽어낸다.

3학년 학생들은 이날 양산 8경 현장수업에 나섰다. 한 학기에 30회 이상 체험을 하는 지역화 수업의 일환이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부담감도 커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관심은 더 뜨겁다. 매주 목요일이면 이곳 교사들은 창의적인 수업 아이디어와 다양한 교수 기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다. 박정화 교장은 “우리 학교 운영은 교육청이나 교장이 지시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나아가는’ 상향식이다. 수업 방식은 교사가 중심이 돼 바꾼다. 무너진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말했다.

■LTI(인턴십) 교육, 꿈·끼 찾는 과정

	태봉고 2학년 서경석 학생이 LTI(인턴십 교육방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 경남 창원에 위치한 전국 유일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의 교육철학이다. 교육과정 가운데 43%가 특성화 교과(인턴십·이동학습·나눔활동·노작교육)로 이뤄져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이다.

전교생이 136명인 태봉고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턴십 교육방식)다. 지난 7월 12일 오전. 학교 전체가 LTI 결과 발표를 하는 날이다. 피아노 연주가 특기인 2학년 서경석 군은 지난 1학기 동안 직접 작곡한 곡을 부모님과 교사·친구에게 들려주고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했던 활동들을 발표했다. 서 군의 어머니는 “태봉고가 아니면 아이의 꿈을 직접 듣기 힘들었을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한 아들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영훈 태봉고 교장은 “교육의 방향이 입시보다는 학생들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입학 때 명확한 꿈을 가진 학생은 소수인데, 3년간 스스로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입학생의 80% 정도가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학교의 중요 사안은 매주 수요일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참석하는 공동체회의에서 결정한다. 회의는 총학생회장이 이끈다. 학생과 교사 모두 한 표씩 투표권을 갖는다. 공동체회의는 흡연 음주 이성 문제에 대한 생활 규율을 정하고 벌칙도 만들었다.

태봉고는 교사에게도 직장이 아닌 삶터이자 훌륭한 연수기관이다. 하태종 교사는 “교사들끼리 한 명의 학생에 관해 집중 토론을 자주 한다. 학생들처럼 교사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입시교육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