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시 녹지예산 0.6%
- 무계획 무예산 무조직 무관심
- ‘4無 타파’ 시작으로 캠페인
- 서면교차로 3만그루 시작으로
- 시내 곳곳 도심숲·중앙분리화단
- 시민들도 자발적 기금 모아
- 10년 만에 1인당 녹지 3배로
부산은 ‘회색 도시’였다.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까지도 부산은 녹색과 거리가 멀었다. 2000년 말 시민 1인당 공원·유원지 조성 면적은 5.1㎡로 서울(10.2㎡) 대구(22.3㎡) 대전(11.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행정의 무관심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2001년 부산시의 총예산 2조1343억 원 가운데 녹지 예산은 138억 원(0.6%)뿐이었다. 당시 대대적으로 녹지 예산 비중을 늘리던 대전(6.0%) 대구(4.7%) 등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애초 계획된 예산을 보면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2269억 원짜리 공사에 조경비가 75억 원(3.3%)에 그쳤다. 울산 문수경기장의 총공사비 1514억 원 중 조경비가 146억 원(9.6%)이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시민의식도 성숙지 못했다. 가로수가 상점 간판을 가린다고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 |  |
| 연산교차로 교통섬에 도심 숲-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의 밋밋했던 교통섬(왼쪽)에 나무를 심어 녹지화(오른쪽)했다. 국제신문DB |
■부산, 녹색 옷을 입다
결국, 녹색 제호를 달고 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국제신문이 전면에 나섰다. ‘무계획·무예산·무조직·무관심’이라는 이른바 ‘4無’를 타파하는 데서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국제신문 창간 54주년 연중캠페인이 ‘부산을 푸르게’다.
2001년 9월 1일 자에 처음 보도된 기획 시리즈는 이후 부산을 완전히 바꿨다. 문제점 지적은 물론 대안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도로 위의 숲’이다. 주요 간선도로 중앙분리대와 교차로 교통섬에 전에 없던 숲이 생겼다.
2002년 초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교통섬에 낙락장송 30여 그루가 서고, 도로변엔 느티나무 영산홍 후박나무 등 24종 3만여 그루의 나무가 심겼다. 강원도산 소나무 한 그루 가격만 1500만~2000만 원이었다고 한다. 회색 도시 부산이 녹색으로 탈바꿈하는 신호탄이었다.
서면교차로 녹화 사업은 시민의 폭발적 호응 속에 하단·미남·수영·연산교차로 등 시내 전역으로 확산됐다. 주요 간선도로엔 화단식 중앙분리대가 설치됐다. 부산역 앞 중앙로를 비롯해 전포로 공항로 만덕로 황령로 등이 녹색으로 단장됐다. 도심 흉물이었던 동서고가로 교각 하부도 새롭게 태어났다. 국제신문 캠페인 10년 후 부산의 1인당 공원·유원지 조성 면적은 15.7㎡까지 늘었다.
| |  |
| 중앙분리화단을 만든 북구 만덕로- 중앙분리대가 없던 부산 북구 만덕로(왼쪽)에 나무를 활용한 중앙분리화단(오른쪽)을 만들었다. |
금정·강서경기장은 큰 나무들이 식재되면서 금정·강서체육공원으로 바뀌었다. 부산 곳곳의 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에 쌈지공원이 조성됐고, 옥상 녹화 사업도 불붙었다. 시는 건축조례를 개정해 건축물 허가 때 조경 의무 면적을 확대했다. 지금의 부산은 21세기를 시작하던 부산의 모습과 딴판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다.
■시민 참여 지평을 열다
‘부산을 푸르게’ 캠페인은 시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그 의미를 높게 평가받는다. 2002년 국제신문이 펼친 ‘시민 꿈나무 심기’ 행사는 대성황을 이뤘다. 1, 2차에 걸친 시민 식수운동에 3150여 명의 개인·단체가 참여해 금정체육공원 등 시내 47곳에 4860여 그루(당시 시가 3억6200여만 원)의 나무를 심었다.
참가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구·군 단위의 소공원 만들기 운동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문·식수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과 국제신문 임직원을 비롯해 공무원, 학교, 외국 시민단체 회원 등이 대거 식수 기금을 기탁했다.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와 푸른부산네트워크 등 ‘푸른 부산 만들기’의 초석을 놓은 시민협의체들도 그때 만들어졌다.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주승철 사무처장은 “‘부산을 푸르게’ 캠페인이 한창일 때 부산엔 거대한 녹색 바람이 불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부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
‘부산을 푸르게’ 캠페인 일지 |
2002년 |
서면·범내골·미남교차로 등 녹화 공항로 중앙분리화단 설치 |
2003년 |
수영·하단교차로 등 녹화 |
2004년 |
APEC 정상회의 대비 시내 녹화 동래사적공원 조성 |
2005년 |
동백공원, 평화공원 조성 |
2006년 |
통일아시아드공원 조성 |
2007년 |
북구 화명동 가로화단 조성 |
2008년 |
대연수목원 생태하천 복원 |
2009년 |
태종로 가로수 식재 동서고가로 하부 녹화 |
2010년 |
중앙로 가로수 특화, 화명수목원 준공 |
2011년 |
황령로 장산로 중앙분리대 화단 조성 감전초등 등 공원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