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끼리 뭘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할 테니까 잘 봐주이소.”
지난달 29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전력질주협동조합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다. 어르신들이 지난 3개월간 준비해온 협동조합의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부산진구청을 방문하는 날이다.
김순한(82) 할머니는 곱게 화장했다.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볼에는 하얗게 분을 발랐다. 황옥희(80) 할머니는 10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아쿠아 에어로빅’도 포기하고 동행했다. 박영수(84) 할머니는 출발하기 전 집에 가서 도장만 얼른 챙겨 나오겠다고 하더니, 잠시 뒤 새 옷으로 예쁘게 갈아입고 전혀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났다.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된 후 무려 3개월간의 대장정이다. 어르신들은 함께 반찬을 만들고 콩나물을 키웠다.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인감증명 등의 서류도 발급받았다. 증명사진이 붙은 이력서도 썼다. 전력질주협동조합 명칭이 새겨진 도장도 만들었다.
부산진구청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는 데는 정관과 각종 서류 검토를 포함해 30분 정도 걸렸다.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이 30여 분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구청을 찾는 일 자체만으로도 긴장했던 어르신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잘 봐달라”고 애교 있는 부탁까지 하며 정성을 다했다.
어르신들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20일가량 걸릴 수 있다던 협동조합 신고는 금방 완료됐다. 어르신들은 신고 이틀 후인 지난 1일 부산진구청으로부터 협동조합 허가증을 받았다. 어르신들 이름으로 만든 진짜 협동조합이 드디어 탄생했다. 어르신들 스스로 주체가 돼 설립한 협동조합이라 그 의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영민 활동가는 “이젠 정말 전력질주 할 일만 남았다. 협동조합은 대안가족으로 나아가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