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가족 지원사업 간담회
- 민간·행정·정치권 실무 논의
- 협동조합 자활공동체 평가 속
- “행정지원 위해선 성과 구체화”
- 공동기획팀에 실무적 조언도
#1. 홀로 떡볶이를 파는 A는 집 나간 남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5년 만이다. 잠시 뒤 집으로 돌아온 남동생은 결혼한 여자라며 20살 연상녀 B를 소개한다. A는 기가 찬다. 올케는커녕 엄마라 해도 믿겠다. 셋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럭저럭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꼬마 여자아이가 혼자 찾아온다. B의 ‘전남편의 전처의 딸’이다. 말썽쟁이 남동생은 이들을 남겨놓고 또 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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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부산시의회 2층 중회의실에서 복지환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명희(비례대표·왼쪽 여섯 번째) 의원 주재로 열린 ‘고령자 대안가족 지원 사업 간담회’ 때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공동기획팀과 부산시 노인복지·예산 담당자들이 ‘협치’를 다짐하며 손을 잡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2. C는 20살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매일 다툰다. 엄마 없이 배다른 누나와 사는 남자친구는 외롭다. C의 사랑을 오롯이 받고 싶지만, C는 생판 모르는 타인들에게 정을 주고 베푸느라 바쁘다. 남자친구가 C의 집에 간 날, 2명의 나이 지긋한 여성이 밥상을 내온다. C는 이 두 여성을 모두 엄마라고 부른다. 할머니가 다 된 두 여성은 A와 B다. C는 B의 ‘전남편의 전처의 딸’, 그때 그 꼬마 여자아이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가족의 탄생’의 대략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연(緣)이 전혀 없던 타인들이 새로운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되는 내용이다. 당시 이 영화는 혈연주의 또는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봉한 지 10년도 더 된 영화 얘기를 꺼낸 건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의 최종 목적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공동기획팀은 준비 기간을 합쳐 9개월, 취재팀이 부산진구 개금3동 8·10통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한 지 6개월 동안 이곳 어르신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기초로 한 ‘활기찬 자활공동체’를 구성했다. 이제 이 공동체가 확대·지속되도록 해 우리 사회 노인문제의 대안을 찾아야 할 과제가 남았다.
사실 거창할 건 없다. 협동조합을 토대로 이웃들이 작은 단위로 모여 새로운 가족이 되는 ‘대안가족’이다. 작은 단위를 엮어내는 재료는 취미나 특기가 될 수도, 경제활동이나 공동 주거가 될 수도 있다. ‘대안가족의 탄생’, 거창할 건 없지만 생소한 개념이라 해야 할 일이 많다.
대안가족을 만들기 위해 민간과 행정, 정치권이 머리를 맞댄 의미 있는 ‘협의’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명희(비례대표) 의원이 주재한 ‘고령자 대안가족 지원 사업’ 간담회다. 공동기획팀과 부산시 노인복지·예산 담당자가 참석했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가 달려온 과정을 되짚고, 대안가족을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시작 단계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유 교수는 “모든 정책의 근간은 인구, 가족이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가족의 역할이 변했다. 혈연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과 서로의 휴식이라는 개념으로 가족을 재조명해야 한다”며 “이런 게 바로 대안가족의 핵심”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관계의 회복’을 역설했다. 그는 “홀몸노인의 증가, 전통적 가족의 붕괴로 지금 가족 안에서 부양과 돌봄이라는 체계가 많이 사라졌다”며 “부양과 돌봄을 개인의 문제로 떠넘길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최근 부산에서 빈번한 고독사도 이런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1차 관계망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과 언론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개금3동 8통, 10통에 정착해 살면서 대안가족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시가 이 사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동기획팀원인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우리가 개금3동 8통, 10통에 들어간 건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협동조합, 자활을 거쳐 대안가족을 발견했다. 대안가족이 지속·확장되도록 시의 지지·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개금3동주민센터 김재묵 복지사무장은 “직접 지켜본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기획의 가장 큰 성과는 집 안에만 머물던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서로 관계를 맺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이 개금3동뿐 아니라 부산 곳곳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만 복지사업을 진행하기보다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시 참석자들도 조언을 보탰다. 시 노인복지과 김대영 전문관은 “시가 지금껏 여건이 안 됐던, 시도하지 못했던 사업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대안가족이 행정의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 계획과 예상 성과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동기획팀과 시는 앞으로 대안가족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계속 실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정 의원은 “협의 때 나온 말들을 듣고 기사를 보니 이미 공동기획팀과 개금3동 8통, 10통 어르신들은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 이게 바로 해법이라 생각한다”며 “민간과 시가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경과]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권혁범 김영록 기자 pearl@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공동 기획=사회복지연대, 복지법인 우리마을,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후원=개금3동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