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어르신 자활 도움됐으면”
- 면적 76㎡ 건물 무상으로 임대
- 현재 창고상태 전체 리모델링
- 식품 조리·위생시설 갖추고
- 콩나물 팔 수 있도록 변신 예정
- 주민 주도 공동체 사랑방 역할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통 마을 한가운데엔 양철 슬레이트 지붕에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허름한 창고가 있다. 유리로 된 문에는 스티커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았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오래된 시멘트 벽면은 덩어리째 떨어진 지 오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부산 신발산업 호황기 땐 신발공장 노동자들이 자취하며 이 건물을 꽉 채웠다. 세탁소, 철물점으로도 사용됐다. 지금은 작고 초라해졌지만, 누군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누군가는 성공의 꿈을 키웠던 곳이다. 이곳이 이제 개금3동 8통, 10통 전력질주협동조합 어르신들의 꿈이 영글어 갈 소중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
| 전종배(56), 정숙이(여·53) 씨 부부가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통 마을의 본인들 소유 창고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전 씨 부부는 대안가족센터 공간으로 이 창고를 무상 제공했다. 김영록 기자 |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공동기획팀은 개금3동 8통, 10통에서 협동조합과 대안가족을 만드는 과정을 3개월간 지상 중계하면서 이를 지원할 ‘대안가족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솔직히 돈이 없다. 지금부터 공간을 찾고 사고 꾸미기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걱정이 깊어질 즈음 마을 주민이 손을 내밀어줬다. 8통 주민 전종배(56), 정숙이(여·53) 씨 부부가 마을 한가운데 본인들 소유 창고 건물을 5년간 무상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76㎡(23평)가량 면적, 대안가족센터를 놓기에 충분하다.
이 부부는 그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전력질주 모습을 지켜본 후, 정말 순수하게 돕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공간을 내줬다. 특히 부인 정 씨는 최근까지 무려 12년 동안 8통 통장을 맡았다. 정 씨는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안가족센터가 생기면 나도 센터에서 봉사하며 어르신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개금3동 8통, 10통에서 설립된 전력질주협동조합은 반찬을 만들고 콩나물을 키워 판매한다.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정식으로 반찬과 콩나물을 팔려면 위생시설을 완전히 갖춘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동기획팀은 현재 창고로 쓰이는 이 공간 전체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다음 달 바로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대안가족센터엔 어르신들이 콩나물을 기르고 반찬을 조리할 시설과 정화조 등 위생시설이 들어선다. 협동조합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음식을 즉석에서 팔 수 있는 판매시설, 어르신들의 활동을 지원할 마을 활동가들의 사무실도 생긴다. 대안가족센터는 어르신들이 언제든 편하게 들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웃과 관계를 형성할 사랑방 역할도 한다. 협동조합 일을 시작한 마을 어르신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공간이다.
개금3동 8통, 10통 대안가족과 협동조합을 두고 “기존에 산복도로 등 마을마다 생겼다가 사라진 공동체와 차이가 무엇이냐”고 의심하는 일부의 시선이 있다. 하지만 개금3동 대안가족과 협동조합은 이제껏 행정과 공급자 주도로 만들어진 공동체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행정은 그동안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결국 행정이 주도해 시설을 만들고 운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행정이 빠져나간 뒤에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이런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전력질주협동조합은 처음부터 대원칙을 세웠다. 바로 철저하게 어르신들이 ‘자발적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할 수 있다”며 스스로 참여할 때까지 한 치의 개입 없이 기다렸다. 다른 마을공동체와 달리 전력질주협동조합은 이사장과 이사 등 임원도 어르신들이 직접 맡았다. 물론 처음엔 대안가족과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활동가들도 참여한다. 그러나 점차 활동가들의 비중은 줄어들고 결국엔 지역 어르신들과 이들을 도울 마을 주민이 직접 대안가족센터와 협동조합을 이끌게 된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팀장은 “주민이 내어준 자리에 세워지는 대안가족센터는 어르신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도울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이고 관계를 형성해 혈연보다 진한 대안가족을 구성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공동 기획=사회복지연대, 복지법인 우리마을,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후원=개금3동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