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 집회 반대글 서명 1만 명 육박
- “아이 볼모로 명분도 없는 휴업
- 강행 땐 원비납부 거부” 맞서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친척 집에 맡기기로 했어요.”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 명분 중 하나가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회계 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잖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아이를 볼모로 휴업을 강행하면 학부모끼리 상의해서 원비를 돌려받을 거예요.”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이 임박하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이 제공하는 임시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서도 아이가 낯설어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앞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반대 ▷정부 지원금 확대 ▷사립유치원 감사 중단을 요구하며 18일과 25~29일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휴업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는 실제로 휴업에 들어가는 사립유치원에게 강력한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 엄마들이 뿔났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립유치원 보육료 인상 등 집회 반대합니다’라는 청원 글에는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9500여 명이 서명했다.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반대하고 사립유치원 지원비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이 공감을 얻지 못한 탓이다. 학부모들은 휴업 기간 원비를 내지 말자며 맞서고 있다.

6살 자녀를 둔 직장인 학부모 이모(38) 씨는 “유치원이 문을 닫기로 해 시부모 댁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면서 “집단 휴업한 기간의 유치원비는 반드시 돌려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데에는 학부모들에게 휴업 지지 탄원서를 요구한 사립유치원의 행태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학부모 조모(33) 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휴업 통지와 함께 사립유치원을 지지한다는 탄원서 작성을 요구했다”며 “탄원서에는 국공립유치원 40% 반대 내용이 담겨 있는데 학부모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얘기라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참여연대와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가 참여하는 보육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당성 없는 집단 휴업을 당장 철회하라”며 “정부는 집단휴업 사태 대응을 넘어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통해 유아교육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임시돌봄 서비스 신청 저조

온라인 카페에는 휴업 대책을 상의하는 부모의 글이 넘쳐났다. 직장인 부모들은 다음 달 초 최장 열흘간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어 하루 연차 쓰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가 을 중의 을이다. 연휴를 앞둬 가뜩이나 바쁜데 1차 휴업일인 18일이 업무 마감일이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부산지역 98개 공립유치원과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임시돌봄서비스 신청을 받은 결과 총 72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청이 저조한 것은 사립유치원이 방과후수업은 정상 진행하는 데다 상당수 학부모는 친척집 등에 위탁을 부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학부모는 “휴업을 한다고 했다가 다시 정상 운영을 한다고 공지하는 유치원도 있어서 신청을 미뤄왔다. 다른 곳에 맡길 곳이 없어 오늘 급하게 임시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신청한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예민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전체 사립유치원 306곳 가운데 휴업을 결정한 곳은 274개이다. 나머지 32곳은 정상 운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