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주민 화분에 고추 재배도
- 구 “옹벽에 설치해 관리 어려워”

부산 금정구가 온천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옹벽에 설치한 ‘난간걸이 화분’이 쓰레기 화분으로 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화분마다 잡초가 무성한 데다 구석구석 버린 쓰레기들이 악취까지 풍기면서 미니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부산 금정구 온천천 상류에 조성된 난간걸이 화분에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많다는 지적이 일자 이날 오후 금정구 관계자들이 급하게 작업을 해 화분을 정리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5일 오전 부산 금정구 남산동 온천천 상류 일원. 하천 옆 5ｍ 절벽 위에 철제 구조물로 받쳐 조성된 화분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심어놓은 고추가 익어 ‘난간걸이 화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화분 가까이 다가가자 여기저기서 악취가 진동했고, 코를 가져다 대니 썩은 냄새가 올라왔다. 화분 속에는 먹다 버린 페트병, 유리병 등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화분 곳곳에 어른 키만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식재가 되지 않아 텅 빈 화분도 많았다. 주민 김성수(73) 씨는 “세금을 들여 화분을 가져다 놨으면 구가 손을 봐야 할 것 아니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하천도 내다볼 수 없고 쓰레기 냄새 때문에 근처에 가기도 싫다”고 혀를 끌끌 찼다.

금정구는 2012년 11월 온천천 정비사업 일환으로 남산동 복개지점~청룡동 원수방류지점 500ｍ 길이에 가로 1.1ｍ, 세로 0.4ｍ, 높이 0.5ｍ 크기의 대형 화분 260개를 조성하면서 덩굴 식물인 헤데라, 줄사철 등을 심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인근 주민들이 텃밭처럼 채소를 심는가 하면 잡초가 우거져 미관을 해치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금정구는 이날 오후 급하게 고추와 잡초를 뽑고 쓰레기를 치웠다.

인근 주민이 화분에 심어놓은 고추.

금정구는 화분이 절벽 위에 매달려 있어 새로운 식물을 심거나 잡초를 뽑는 등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정구 관계자는 “지난 6월 화분 내 잡초 제거 작업을 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잡초가 자랐다”며 “주민들이 계속 민원을 제기해 이달 중 빈 화분에 식물을 심고 대대적으로 정비 사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