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과 심려끼쳐 죄송” 기자회견
- “이번 기회에 종합감사를” 여론도

지난 주말 집단 휴업 철회와 강행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사립유치원들이 결국 집단 휴업을 공식 철회했다. 학부모들이 휴업 명분에 공감은커녕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혜 이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사흘간 휴업→휴업 철회→휴업철회 번복→휴업으로 입장을 바꿔 학부모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최정혜 이사장과 일부 지회장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 계획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학부모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앞으로 유아들이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5일 교육부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휴업 철회를 발표했다가 다음 날 휴업 강행으로 돌아서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하더니 하루 만에 또다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전기옥 서울지회장은 이날 “전국 지회장들은 18일과 25∼29일 예정됐던 휴업을 철회하고 (유치원을) 정상 운영한다. 교육부와 그동안 협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휴업 강행을 주장해 강경파로 분류됐던 유치원총연합회 투쟁위는 추이호 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유치원의 경우 휴업 필요성을 굽히지 않고 있어 18일 휴업하는 소수의 유치원은 있을 수 있다. 서울·인천을 비롯한 일부 지회는 18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국공립유치원 수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은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 ▷사립유치원 설립자 재산권 존중을 위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 ▷감사 유예 등을 요구하며 18일과 25∼29일 두 차례 집단 휴업을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재무·회계규칙 개정이 사립유치원 내부의 입장차를 키운 안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원비를 지금보다 자유롭게 지출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과 감사 유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립자가 세운 사립유치원 시설에 정부가 사용료를 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건파는 정부가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섰으나 강경파는 당장 내년부터 규칙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사항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휴업에 들어가는 사립유치원을 당장 폐쇄하라” “국비를 받으면서 감사를 안 받겠다는 게 말이 되나” “사립유치원이 아이들을 볼모로 사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휴업 여부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학부모들은 휴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사립유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휴업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정원 감축을 비롯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한 교육부를 지지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학부모는 “교육부의 강경한 방침에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꼬리를 내렸다”면서 “이번 기회에 사립유치원에 종합적인 감사를 벌여 각종 비리를 다 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