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정권 보수위원 위촉 파행
- 피해자 진술조차 확보 못 해
- “文정부서 재조사” 목소리 커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출범한 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 기간이 19일 남았는데도 아직 계엄군·경찰이 작성한 자료 수집은커녕 피해자 진술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마항쟁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6일 진상조사 활동기간(3년)이 끝난다고 17일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출범부터 난항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부마민주항쟁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는데도 진상규명위 위원 위촉에만 1년 넘게 허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0월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지난해 10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와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들을 대거 위원으로 위촉해 부마항쟁 희생자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연직을 제외한 위원 10명 중 6명이 박근혜 선거 캠프나 정부 측 인사로 채워졌다.
결국 부마항쟁 단체들은 진상규명위 활동 거부를 선언하고 실무위원 4명을 철수시켰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측은 “위원들이 개인적인 소신을 갖는 것은 자유이지만 부마항쟁 정신을 폄훼하거나 비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 2명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7, 8월 잇달아 사임했다.
진상규명위는 제대로 된 자료수집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부마민주항쟁을 주도했던 부마항쟁연구소 정광민 이사장은 2015년 4월 피해자 인정을 받았으나 진상 규명을 위한 진술은 하지 못했다. 정 이사장은 “당시 조사관에게 ‘정말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냐’고 했더니 ‘해야죠’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자료 제출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진상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부마항쟁 당시 경찰·검찰이 기록한 자료를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 차성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는 “위원들이 과거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진상 규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마산)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지난달 30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부마항쟁 당시 군·검찰·경찰의 사망·의료 자료를 폐기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음 달 16일 부산에서 열리는 부마항쟁 38주년 기념식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건의했다.
김진룡 김봉기 이준영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