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체 매장 진심어묵 철수
- 회사 내규 어기고 보증금 반환
- 입찰방해 혐의 전 본부장 입건

코레일유통이 최근 삼진어묵에 부산역 매장 입찰가를 알려준 것(본지 23일 자 6면 보도)에 이어 삼진어묵이 부산역에 처음 입점할 당시에도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코레일 갑질의 피해자로 알려졌던 삼진어묵은 코레일유통의 최대 수혜자였음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3일 입찰방해 혐의로 코레일유통 전 유통사업본부장 A(5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유통은 2014년 6월 부산역 2층 매장 두 곳에 신규입점 매장 모집공고를 냈다. 한 곳은 제과업체(77㎡), 나머지 한 곳(8.3㎡)은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이었다. 당시 삼진어묵은 제과업체 입찰에 응모할 수 없었음에도 두 곳 모두 참여했다. 제과업체 매장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삼진어묵을 제외하면 9개 모두 제과업체였다.

입찰 결과 엉뚱하게도 제과업체 매장에는 삼진어묵이, 식품업체 매장에는 진심어묵이 낙찰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코레일유통이 입찰 자격이 되지 않는 삼진어묵에 특혜를 줘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삼진어묵은 공모에 낙찰된 뒤 같은 해 9월 동구청에 휴게음식점으로 업종 변경 신고를 해 영업을 시작했고 이 자리에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입찰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부산은 어묵이 유명해 어묵업체가 들어오면 장사가 더 잘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심사위원들에게 “어묵업체이긴 해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한 점과, 지인들에게 “삼진이 부산역에 들어온 것은 내 영향력이 있었다”, “삼진이 대박 나지 않았으면 나는 감사실에서 조사받고 회사를 나갈 뻔했다”고 말한 점에 비춰 혐의가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코레일유통의 삼진어묵 특혜로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진심어묵이었다. 제과업체 자리에 삼진어묵이 들어오자 진심어묵은 영업을 하지도 못하고 매장에서 철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혐의도 수사 중이다. 코레일유통 내부규정상 입찰 공고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500만 원의 사업제안 보증금을 낸다.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에 이 돈을 돌려주지만 낙찰된 업체에는 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낙찰된 진심어묵이 코레일유통의 삼진어묵 특혜에 항의하자 코레일유통은 이 돈을 진심어묵에 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코레일유통 측이 내부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보증금을 돌려줬다”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업무 담당자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