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마개 채운 견주 거의 없어
- 애견인 “제재·색안경 과도”

- 정부, 내년 ‘개파라치’ 도입
- 지자체 행동교정 주인교육도

서울지역 유명 식당 대표 김모(53) 씨가 인기 아이돌 가수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펫티켓(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을 지키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견주를 향한 혐오가 치솟자 정부는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견주를 더욱 강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24일 부산 북구 화명도서관에서 열린 북구 반려동물 소유자 교육에 견주들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김종진기자

애견인은 정부 정책이 과도하다고 불만이지만 비애견인은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

24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시민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0명 중 3명 정도는 목줄을 채우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살펴봤지만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채운 견주는 발견할 수 없었다. 입마개를 채우지 않은 최모(67) 씨는 “‘최시원 프렌치도그 사건’은 극도로 운이 나빴던 사례일 뿐이다. 우리 개는 물지도 짖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연제구 온천천에서는 길을 가다 개를 발견한 시민 일부가 개를 피해 멀리 돌아가기도 했다. 개를 키우지 않는 정모(34) 씨는 “그렇지 않아도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최시원 반려견 사건을 접한 후 개만 보면 멀찌감치 돌아간다. 특히 몸집이 큰 개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매일 아침 온천천을 걸어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49) 씨도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시민의 수가 사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반면 그 사달이 났는데도 아직 목줄을 하지 않고 버젓이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반려견 문화 탓에 ‘개혐’(개에 대한 혐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금정구 한 식당에서 자신의 개를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온 손님과 항의하는 손님이 언쟁을 벌이다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또 금정구 부곡동에서는 개가 짖는다는 이유로 이웃의 개집을 발로 차 부수는 사건도 일어났다.

펫티켓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견주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와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맹견의 주인에게 부과하던 과태료를 기존 5만~1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위반 사실을 발견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개파라치 제도’도 운영할 예정이다.

일부 지자체는 ‘반려동물 주인 교육’을 시행하며 이 문제를 풀려고 한다. 부산 북구는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하려고 이날 화명도서관에서 ‘반려동물 소유자 교육’을 벌였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40여 명은 타인을 배려하는 반려동물 문화인 펫티켓을 비롯해 반려동물 사고에 도움이 되는 반려동물 이해와 문제행동 교정 등 교육을 받았다. 26일에는 북구 대천천 산책로에서 개를 동반한 실습 교육도 진행한다.

전문가는 개가 불편할까 봐 입마개를 하지 않는 일부 개주인에게 “오히려 개를 위해 입마개를 하라”고 강조했다. 반려견 훈련의 대가로 일명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어떤 사람은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하는 것을 마치 개를 학대하는것과 같이 느끼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입마개를 하지 않아 사람이 긴장하면 반려견도 이상하게 행동한다”며 “물고 싶어하는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도 친절도 아닌 방임이다. 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