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Siberia)! 이름만 들어도 왠지 서늘한 기운이 전해져 온다. 시베리아가 춥고 배고픈 곳이라 걸인들이 사는 땅이란 뜻이 있다지만 와 닿지 않는다. 잠자는 땅이 시베리아의 뜻에 더 가깝다.

땅은 잠자지만 사람은 살아간다. 최초 원주민은 북방계 몽골로이드다. 러시아 전체 면적의 75%이지만 인구는 3000만 명 정도다. 시베리아 북동쪽에 놓인 사하공화국(Sakha Republic)은 드센 몽골군을 피해 북쪽으로 옮겨 살던 사하족의 자치구역이다. 수도 야쿠츠크에서 북동쪽 550㎞ 올라가면 오이먀콘이라는 마을이 있다. 겨울철에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동토다. 여기서도 사람들이 순록과 함께 순박하게 살아간다. 이들은 부자라도 큰 집을 짓지 않는다. 큰 집에서 살면 산 나무를 더 잘라 불을 때야 하고 그러면 산 짐승들 먹거리가 떨어져 인간이 사는 집을 공격하게 되고, 그러면 울타리를 세우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잘라야 하고 그러면 동물들이 더 살 수 없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작은 집에서 산단다. 자연에 순응하며 맘 편하게 살기에 지독한 혹한에서도 따뜻하게 살아가는 장수 마을이다.

시베리아인들은 대개 순하고 선하다. 이들이 즐기던 음악도 수수하다. 자연과 교감하려는 소박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광활한 시베리아에도 광폭한 도시화의 바람이 거칠게 번지면 어찌 될까? 잠자는 야생의 땅 시베리아마저도 탐욕에 물들어 가상(cyber)공간에서나 보는 사이베리아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쓸데없는 오지랖일까?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