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8㎜ 통과율도 기준치의 배
- 바닷모래 아닌 강모래 추측
- 수입업체 “체에 거른 뒤 납품”
지난 1월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모래 채취가 중단된 후 첫 수입된 말레이시아산 모래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골재채취업계는 수입 모래에서 기준치 10배를 초과하는 진흙 성분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입업자는 모래 체에 거른 후 납품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골재협회 바다골재협의회는 31일 “지난 7일 경남 진해 장천항으로 들어온 말레이시아산 모래(4만7500ｔ)에서 시커먼 진흙 덩어리가 상당수 발견됐다. 덩어리를 쪼개보면 시커멓게 썩어 심한 악취가 난다”며 “모래에 진흙이 많고 염분이 없는 것을 보아 바닷모래가 아닌 강모래로 추측된다. 이런 품질미달의 모래가 무분별하게 쓰이면 건물의 안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다골재협은 직접 시료를 채취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해당 시험성적서를 보면 점토 덩어리(진흙) 함유량은 14.2%로 기준치(1% 이하)보다 무려 14.2배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 0.08㎜ 통과율도 10.1%로 기준치인 5%를 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업자 측은 일부 점토 덩어리가 발견됐지만, 바로 납품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세척 작업을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입업체 A 사는 “채취 방법이 달라 생긴 오해일 뿐”이라며 품질 논란을 일축했다. A 사 관계자는 “임의로 시행한 테스트에서 진흙 함유량이 4% 정도로 다소 높게 나왔다. 하지만 체에 거르고 선별 작업을 한 후 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현재 세척 후 모래의 품질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다골재협 관계자는 “A 사가 수입 모래 전체를 체에 거르는 것이 아니다. 일부 모래는 아무 조처 없이 바로 레미콘 회사에 팔렸다”며 “또 체에 거른다고 해서 점토 덩어리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A 사에 모래 품질 시험성적서 등 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며 “먼저 해당 지자체에 구두로 확인하라고 요청했다. 계속해서 자료가 오지 않으면 국토부가 모래 품질과 공급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해양경찰도 모래 품질 논란이 벌어지자 내사에 착수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