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집회 등 실력행사 예고
- 공단은 “재계약은 특혜” 맞서
부산지역 지하도상가 점포의 대규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상인과 운영·관리 주체인 부산시설공단이 임대 계약 방식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시설공단이 입찰을 강행할 경우 집회와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충돌을 예고했다.
부산시설공단은 최근 남포와 광복지하도상가 입점업체 200여 곳에 계약기간 만료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남포·광복지하도상가는 각각 2008년 7월 5일과 20일 운영·관리권이 시설공단으로 넘어가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5년 6월 조건부 계약연장(3년)을 맺었고 내년 7월 5일과 20일 각각 계약이 만료된다. 남포 285개 상가 중 148개, 광복 216개 중 68개 업체가 계약 만료 대상이다.
문제는 계약방식이다. 시설공단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계약 만료 후 일반경쟁입찰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매장을 다 비운 뒤 입찰이 진행되며 최고가를 적어낸 입찰 참여자가 낙찰받게 된다.
이에 대해 계약만료 대상 상인들은 입찰이 아닌 재계약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영업해오며 예상 가능한 수익을 알기 때문에 입찰 금액을 높게 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경쟁입찰이 진행될 경우 낙찰받기 힘들어 매장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복지하도상가 정명섭 상인회장은 “오래 전부터 장사가 너무 안 돼 매년 점포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새로운 사업자가 와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갈 게 뻔하다. 결국 기존 상인과 새 사업자 모두 피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역 지하도상가들도 같은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서울은 임차료를 올리는 조건으로 기존 상인들과의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남포·광복지하도상가는 다른 곳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 지금까지 계약연장을 해온 것도 이들의 생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조건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공실 점포에 대해서는 경쟁입찰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내년 계약만료 대상인 상인들과는 재계약하자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어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생존권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남포지하도상가 신혜선 상인회장은 “입찰은 영세상인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길 떠나 갈 곳이 없다”며 “앞으로 집회를 비롯해 소송도 불사할 각오로 생존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