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국과수 등 기관 합동감식
- “유류 과적이 사고원인 중 하나
- 운전자 부검 이어 병력도 조사”

지난 2일 8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창원터널 앞 폭발·화재 사고를 일으킨 5ｔ 트럭에는 법적 허용치보다 훨씬 많은 유류가 적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인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이 지난 2일 폭발·화재 사고를 일으킨 5t 트럭에 대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중부경찰서는 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사고 트럭에 실린 유류는 7880ℓ(7.8ｔ)가량으로, 트럭의 과적이 사고 원인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최대치는 차량 무게의 110%까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고 트럭은 법상으로 5.5ｔ까지만 실을 수 있는데도 유류와 드럼통까지 7.8ｔ을 적재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최대 적재 무게보다 2.3ｔ을 초과한 것이다. 당시 사고 트럭에는 200ℓ들이 드럼통 22개와 20ℓ들이 통 174개에 윤활유와 방청유 등의 유류가 실려 있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사고가 난 창원 방면 창원터널 앞 1㎞ 지점 주변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관계기관 합동감식을 했다. 이날 합동감식팀은 창원터널 앞 양방향 각 1차로를 통제한 가운데 1차 사고 원인이 된 5ｔ 화물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경위를 살피고 노면 상태 등도 확인했다.

경찰은 창원터널 안에서 사고 트럭이 갈지자로 달렸다는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진술에 따라 사고 차량의 기계적 결함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경찰은 트럭이 2001년식으로 다소 오래된 만큼 브레이크 파열 등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또 사망자 2명이 타고 있던 소형차 2대에 대해서도 감식을 실시했다. 또 사고 당시 트럭이 싣고 있던 200ℓ들이 드럼통 22개와 20ℓ들이 통 174개에 들어 있던 윤활유로 추정되는 유류의 시료를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과적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고 운전자 윤모(76·사망) 씨가 당일 과적한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관련 법 검토를 통해 화주 등 관계자에 대한 책임도 가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윤 씨의 시신을 부검한 데 이어 과거 병력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럭이 불에 타 육안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 않다”며 “위험물 운반 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포함한 전반적 사항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지만 원인 규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창원·김해시, 도로·교통·터널 전문가가 참여하는 창원터널 연결도로 사고 예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도는 협의체 구성과 함께 도로와 터널 구조 개선, 도로 안전시설물 설치 등을 논의해 근본적인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은 트럭에 실린 유류를 윤활유, 방청유(금속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기름), 유압 작동유, 유압 가공유 등 4종으로 확인했다. 이 유류들은 다시 25종류로 세분되는데 그 성분에 따라 위험물질 여부가 결정된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세부적으로 어떤 유류가 적재됐는지 밝힐 방침이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