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임 간호사들을 강제 동원해 장기자랑에서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성심병원이 속한 한림대학교 의료원 측이 문제의 체육대회 ‘일송 가족의 날’을 폐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달 SNS를 통해 폭로된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강제동원 사진.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지난 4일 한림대 의료원 측은 조직문화 개선안을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한림·강남·춘천·동탄·한강성심병원) 전직원 5000여명에게 이메일로 배포했다. 하지만 의료원이 배포한 개선안에는 ‘정시출퇴근’이나 ‘연차휴가 사용’ 등 노동법상 당연히 지켜야 할 내용도 포함돼 있어 논란은 쉬이 불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 측은 개선안을 통해 ‘간호사 강제동원’으로 논란이 됐던 체육대회 ‘일송가족의 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행사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도록 강요한 바는 없다’는 말을 덧붙여 공분이 일고 있다.

또한 간호사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고 지적받았던 ‘화상회의’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각 기관 적정인력 유지를 위한 조속한 충원 실시 △정시 출퇴근 실시 △자율적 연차휴가 사용 보장 등 근무여건 개선안도 함께 내놓았다. 아울러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각종 회의 및 행사 동원 금지 △폭언, 폭행, 성희롱 행위 금지 및 행위자 엄벌 등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을 천명했다.

한림대학교 의료원 홈페이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림대의료원 측에는 내놓은 개선안이사과 대신 책임회피만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하양우(22) 씨는 “신임 간호사들이 아무도 강요한 적이 없는데 핫팬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는 거냐. 병원 내에 강요한 사람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말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외에도 개선안에 기재된 ‘정시출퇴근’, ‘연차휴가’ 등의 내용이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해당 행사에 간호사들이 강제동원 되고 있다는 사실은 현직 간호사 및 간호학과 재학생들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을 통해 처음 폭로됐다.

해당 게시물은 성심병원이 행사를 위해 해당 병원 소속의 간호사들은을 강제 동원해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고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을 담고 있었다.이민재 기자